현대차·기아가 올 3분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기아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 3분기(7~9월)까지 장사를 잘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전한 차량 반도체 수급난을 버티며 올해 누적 매출 167조원과 11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고공행진을 해서다. 다만 대내외 악재가 여전한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3분기에 세타2 GDI 엔진 리콜 관련 2조9000억원 상당의 대규모 품질비용을 반영해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상반기 호실적을 발판 삼아 1~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품질비용 3조원 지출에도 올해 누적 실적 역대급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1~6월) 역대 최대 실적을 쓰며 총 9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고 매출은 106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1998년 현대차그룹이 출범한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이다.


3분기 실적을 더한 두 회사의 올해(1~9월) 누적 매출은 167조3998억원 영업이익은 11조693억원을 달성했다. 현대차 매출은 104조39억원, 기아는 63조3949억원이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각각 6조4605억원·4조6088억원이다. 이 역시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다.

현대차·기아의 역대 최대 매출은 지난 2021년 187조4730억원으로 현대차가 117조6106억원, 기아는 69조8624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11조9592억원으로 현대차 8조4369억원, 기아가 3조5223억원을 올린 바 있다.
현대차·기아가 올 3분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각종 악재가 지속돼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 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올해는 3분기 만에 이를 모두 뛰어 넘는 성과를 냈다. 3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품질비용이 발생했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실적이 고공행진 일 때 이를 일찍 털어낸 점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


4분기(10~12월)에 품질비용 이슈가 없다면 현대차·기아는 또 다시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4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19.48% 증가한 37조697억원, 영업이익은 102.42% 늘어난 3조963억원으로 예측된다.

같은 기간 기아는 전년대비 33.87% 늘어난 23조98억원의 매출, 영업이익은 92.70% 증가한 2조2645억원으로 추정된다.

주문대기 한가득, 악재도 산더미… 내년 상황은?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역대급 실적을 내며 장사를 잘 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업계 전반에 드리운 먹구름이 비켜 가진 않는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점차 완화되며 생산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충격파는 상당하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IRA 시행에 따라 한국에서 전기차를 만들어 조달하는 현대차·기아는 현지 가격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정의선 회장이 최근 여러번 미국 출장길에 오르며 현지 시장을 점검하고 당국 관계자 등을 만나 해법을 찾은 것으로 알렸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 법안 시행을 주도한 만큼 윤석열 정부가 돌파구를 제시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묘수가 없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공장이 들어설 조지아주 정부는 현대차·기아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고 조지아주 출신 의원이 개정 법안을 내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까진 요지부동이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IRA 개정안 시행도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현대차·기아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차·기아가 올 3분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악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라인. /사진=기아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긴 고객 인도기간 여파에 지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우려가 있는 점도 글로벌 결기 침체와 맞물려 현대차·기아에겐 악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 역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부담이다.

누적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이 230만대에 육박한 점 역시 풀어내야할 숙제다. 현재 현대차의 백오더는 내수 75만대, 수출 33만대 등 108만대 규모다, 기아는 내수 60만대, 수출 60만대 등 120만대 수준이다.

누적 물량이 쌓였지만 뚜렷한 해법은 없다. 윤태식 현대차 IR 팀장은 최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말 기준 국내 미출고 물량만 75만대이고 대부분이 SUV와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견고한 대기 수요로 연말까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며 기존과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4분기에도 일정부분 물량 차질은 불가피하지만 내년에는 공급을 더 늘릴 계획"이라며 "러시아의 변동성 확대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겠지만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래도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안정적일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