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도대체 왜 네 번의 학대 신고가 있었다는데, 비극을 막지 못했나'라는 의문이었습니다. 천안 교회 아동학대 사망 사건 취재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2014년생 열두 살 소년의 참담한 죽음에 대한 보도가 잠잠해졌을 무렵, 차분하게 다시 살펴보자는 뜻에서 기자들의 현장 탐사가 이뤄졌습니다.하루가 지나자 취재팀장(조아현 기자)이 "네 번의 학대 신고가 있었다고 했는데, 알아 보니 지난 약 5년간 112 신고가 열두 번이었다"고 편집국에 알려왔습니다. 학교 선생님, 이웃 주민, 식당과 편의점에서 소년을 마주친 시민 등이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거나 "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를 한 것이었습니다.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지난 2일 동네 편의점에서 소년을 만난 한 시민의 신고였습니다. 눈 아래 멍자국을 보고 학대를 감지한 시민이 그를 차에 태워 경찰서로 함께 갔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아동청소년과 경찰관은 몇 시간 뒤에 그가 살던 교회에 연락해 소년을 데려가도록 했습니다. '현수의 골든타임 두 달…시민 나섰지만 경찰 방관했다'라는 제목의 [시대] 기사에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다음 날 오후 소년은 동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 "매를 맞았다"고 호소했습니다. 식당 관계자는 그를 인근 파출소로 데려갔습니다. 이틀 새 연거푸 일이 생겨서인지 그때는 경찰이 조금 움직였습니다. 천안시청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도 조사에 나섰습니다. 경찰과 시청은 소년의 보호자인 외할머니에 대한 접근 금지(100m 이내) 명령을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법원은 소년이 외할머니 집이 아닌 교회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고, 소년은 다시 교회로 돌려보내졌습니다. 주민들에 따르면 외할머니 집은 교회까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교회 목사와 친분이 두터운 그는 수시로 교회에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이틀 뒤에 소년은 실신 상태로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하늘 나라로 떠났습니다. 경찰은 30시간 이상 소년이 침대에 묶인 상태로 방치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직접 사인은 아직 모릅니다. 경찰은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경찰은 60대 여성인 교회 목사와 50대의 외조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그 30여 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 영역이 놓여 있습니다.주변 사람과 시민의 열두 차례 SOS(구조 신호)가 있었음에도 왜 그 소년은 외할머니와 교회라는 지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일까요? 경찰과 시청 공무원은 왜 '분리'에 소극적이었을까요? 정부든, 국회든 나서서 정밀하게 조사를 했으면 합니다. 언론의 추적에는 한계가 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저는 혹시 '그래도 혈육이 낫다'는 그릇된 믿음 때문은 아닌지 의심합니다. 경찰관, 공무원, 법관이 그런 생각을 했을 수 있다고 짐작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 미국에서 한인이 아이에게 체벌을 가했다가 경찰서에 잡혀가고 아이는 보호시설로 보내진 일이 국내에서 뉴스로 전파됐습니다. 1970년대 이민 1세대들이 미국에서 종종 겪은 일입니다. 그 기사의 바탕에는 '애들 종아리도 못 때리는 이상한 나라'라는 정서가 깔려 있었습니다.반 세기가 흐르면서 우리사회에도 '사랑의 매'라는 것조차 용인하지 않는 게 정상 규범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도 보호자나 주변인에게서 폭행을 당한 청소년 보호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2020년 정인이가 그랬고, 그 뒤로도 여러 아이들이 경찰이나 지차제의 개입 이후에도 분리가 되지 못해 참혹한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만약 이런 참사의 기저에 '남보다는, 복지시설보다는 가족과 집이 낫다'는 미신 같은 소신이 있다면 하루빨리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심각한 아동 학대의 대부분이 집에서, 가족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보호시설은 예전의 '형제 복지원' 같은 곳이 아닙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성의껏 아동을 돌보는 상담사, 치료사, 복지사가 포진해 있습니다. 천안 소년은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는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게 없었다는 주민들 말이 맞는다면 학대나 방치에 의해 장애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지자체 공무원은 "당장 분리가 필요한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저희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학대당한 장애 청소년을 머물게 할 시설(장애 아동 쉼터)로 인계해 보호할 생각에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쉼터가 전국 6대 도시에 총 12개소(총 정원 48명)가 있고, 몇몇 지자체가 추가로 마련 중입니다. 지자체 공무원의 '비시급성' 판단의 경위를 저희 기자들이 확인하고 있습니다.우리는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 규모를 말합니다. 한강의 기적을 거쳐 선진국이 됐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아동 학대 사망이라는 참혹한 일을 자주 겪습니다. 인식의 전환, 보호 시스템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공무원 한두 사람의 자의적 판단에 어린 생명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시대]의 모토는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입니다. 개인 존엄성 보장과 공동체 발전이라는 국가의 두 기둥을 지키기 위해 기자들이 뛰고 있습니다. 관심과 애정의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편집국 책임자인 제가 3주 간격으로 독자 여러분께 오늘처럼 [편집국에서]라는 문패를 달고 저희의 주요 활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