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금융회사만 바꾸는 '실물이전' 규모가 서비스 도입 이후 15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은행에서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가운데 금융당국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회사의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옮길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된 2024년 10월31일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누적 이전액은 15조9000억원, 이전 건수는 약 25만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61억원, 409건의 퇴직연금이 금융회사 사이에서 이동한 셈이다. 실물이전은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하거나 해지하지 않은 채 퇴직연금 사업자만 변경할 수 있는 제도다.올해 들어 이용 규모는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 상반기 실물이전 금액은 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2000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기별 이전액은 2024년 하반기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3조2000억원, 하반기 3조8000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6조9000억원까지 증가했다.━은행서 증권사로 5.2조 이동━금융권역별로는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겨간 금액이 5조2225억원으로 전체 이전액의 3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이동한 금액도 4조4817억원으로 28%에 달했다. 같은 업권 내 이동을 제외하면 증권업권은 4조1513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한 반면 은행은 3조9714억원, 보험은 1799억원이 순유출됐다.퇴직연금 유형별 이동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확정급여형(DB)은 증권사에서 은행과 보험사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난 반면 DC와 IRP는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자금이 옮겨가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전체 이전 금액은 IRP가 6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DC 4조8000억원, DB 4조3000억원 순이었다. 증권업권의 순유입액은 DC에서 2조68억원, IRP에서 3조426억원에 달했다.다만 현행 실물이전은 DB에서 DB, DC에서 DC, IRP에서 IRP 등 같은 제도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DC 가입자가 퇴직연금을 다른 사업자의 IRP로 직접 이전하기 어렵고, 환매가 중단된 펀드를 보유한 계좌 역시 실물이전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DC→타사 IRP 허용 추진━금감원은 이 같은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이날 예탁결제원과 금융권 협회, 한국증권금융, 주요 퇴직연금 사업자 등 17개 기관이 참여하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TF는 우선 DC 가입자가 다른 사업자의 IRP로 퇴직연금을 이전할 수 있도록 관련 전산을 개발하고, 환매중단펀드도 이전 가능한 상품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현재 이전 의사를 확인할 때 의무적으로 거치는 녹취 절차를 대신할 수 있는 안전한 비대면 확인 방식도 마련하기로 했다. 실물이전 신청이 취소되거나 거절됐을 때 가입자에게 구체적인 사유를 안내하도록 절차도 개선한다.금감원은 오는 9월까지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확정하고 10월부터 전산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TF는 2027년까지 운영해 실물이전 제도 개선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