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조작기소 특검법'의 본회의 상정 논의를 10월 국정감사 이후로 미뤘다. 이재명 대통령이 논란이 된 공소취소 관련 조항 삭제를 요청한 뒤에도 법안 처리에 신중을 기하는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조작기소 특검법을 10월 1일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필요성은 다들 공감하지만, (처리) 시기는 당내 여론을 수렴해 국정감사 이후 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용기 최고위원은 30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이번 본회의에서 저는 상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내일 오전 정도 돼야 조작기소 특검법을 올릴지 말지, 민생법안만 갈지 결론 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법은 대장동 개발비리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의 수사·기소 과정에 조작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내용이다. 지난 4월 발의됐으나 특검의 공소취소 권한을 둘러싼 논란으로 처리가 미뤄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 처분에 관한 조항은 삭제하고 진상규명에만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후 민주당이 법안을 손질해 처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원내지도부는 국감 이후 재논의하는 쪽을 택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총에서 특검법에 대한 당론 반대를 확정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특검법을 '공소취소 특검법'으로 규정하며 "야당은 공소취소만은 죽어도 안 된다는 사즉생의 결기로 저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0월 1일 본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 60~70건의 법안 처리를 추진한다. 두 개정안은 각각 반복적인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공공 재개발 사업의 용적률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여야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전 원내대변인은 29일 의총 뒤 브리핑에서 "민생 올인 국감을 하겠다"며 "일치단결하고 힘을 모아 국정에 대한 신뢰를 높여 반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3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회의 안건과 관련해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내일 당장 처리해야 할 법안이 70여건 남아 있는 것을 걱정한다"고 전했다. 특검법 상정에 반발한 야당이 다른 민생법안에도 필리버스터를 걸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취지다.
특검법 처리 연기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큰 틀에서 보면 지지율 끌어올리기 전략"이라며 "중도층 표심을 의식한 속도 조절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도 "지금은 국감과 정기국회 시즌인 만큼 국감을 끝내고 특검으로 가자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국감은 10월 6일부터 3주간 이어진다. 여권으로서는 야당의 공세에 맞서 정부를 엄호해야 할 현안들이 적지 않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자진 사퇴하면서 청와대 인사 검증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인사 검증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책임, 검찰청 폐지 이후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체제 운영 등도 국감 쟁점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정부 정책의 추진 취지를 설명하면서 드러난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만약 공소취소 논란이 겹치면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가 가려질 수 있다.
이 평론가는 특검의 시급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공소취소 권한은 당연히 삭제해야 한다"면서도 "조작기소 특검이 과연 그렇게 급한 사안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주지 않기로 한다면 조작기소 특검법이 정말로 필요한지 원천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특검법 처리를 밀어붙이면 이슈가 결국 공소취소로 돌아올 것"이라며 "다른 현안들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공소취소까지 더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청와대와 여당이 같이 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소취소 조항을 빼더라도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특검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 결과를 내놓고 검찰이 이를 근거로 공소를 취소한다면 무엇이 달라지느냐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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