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친윤 검사' 논란에 휩싸인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 추가 검증 뒤에도 인선을 유지하면서 여권 내부의 지명 철회 요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권 내 이견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고, 국민의힘도 철저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2일 청와대와 국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 요청안은 이날 오전 9시쯤 국회에 제출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7일 김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지 25일 만이다.
앞서 여권에서는 검찰에 24년간 몸담고 수사·기소 분리 입법에 반대한 김 후보자가 중수청의 초대 수장으로 적절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 후보자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에 반대하는 검사장 성명에 이름을 올렸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과 정진웅 검사 독직폭행 사건의 수사·기소 과정에서 지휘라인에 있었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징계 반대한 친윤 검사, 수사·기소 분리 반대한 반개혁 검사 김지용 중수청장 임명을 반대한다"고 썼다.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을 지시하면서 청문 요청이 한동안 미뤄지기도 했지만 김 후보자 지명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 "추가 검증 결과 당초의 검증 결과와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직접 엄호에 나섰다. 그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김 후보자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 장모 모해위증교사 무혐의 사건에 재수사 명령을 내려 윤 대통령에 의해 좌천당하고 사실상 검찰에서 쫓겨난 것을 보면 최소한 친윤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100% 완벽한 후보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국민 추천과 독립된 추천위원회의 4배수 압축, 행안부 장관의 제청을 무시하고 국회의 청문 기회를 박탈해야 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일단 국회 청문회를 거친 후 최종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선을 유지한 데는 교체 시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사퇴한 상황에서 또 낙마자가 나오면 인사 검증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시대]와 통화에서 "친윤 논란을 몇 번씩이나 해명한 만큼 본인의 인사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임명하지 않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재가 당일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을 한 뒤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을 두고도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대표는 지난달 14일 김 후보자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장 소장은 "김민석 대표가 정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 부족한 부분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채운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한 반발이 여전하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전날 SNS에서 추천받은 식당이 기대와 달랐던 경험에 빗대 "사람도 마찬가지"라며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 경계해야 할 것을 알려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자신이 법무부 장관일 때 김 후보자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을 '친윤이 아니'라는 근거로 활용한 이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 제출일부터 20일 안에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야당은 김 후보자를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과연 청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철저히 검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2022년 수사·기소 분리 입법에 반대했다가 지난달 이 원칙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힌 만큼 입장을 바꾼 경위가 청문회 쟁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수청 지휘부가 검찰 출신으로 채워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중수청은 이날 초대 청장 없이 전종민 차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출범했다. 중수청 첫 지휘부 7명은 검사 출신 4명, 판사 출신 3명으로 모두 법조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검찰 문화를 그대로 이식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수사 전문가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계사와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등으로 수사 역량을 넓혀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도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것 같다"며 "또 하나의 검찰을 만드는 형태로 보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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