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 준비위원회 대변인이 지난 7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이날 열린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전체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자신이 기획한 연구개발(R&D) 사업이 심사를 받던 해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한 전문가가 1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문회의 위원은 신규·계속 R&D 사업의 필요성과 예산 규모, 사업 간 중복 여부 등을 검토하는 임무를 맡는다. R&D 사업을 심의하는 심판이 선수로 뛰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인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자문회의 위원 경력이 있는 38명이 41개 R&D 사업의 기획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이 의원실이 최근 6년간 자문회의 위원 명단과 2022~2027년 신규 R&D 사업 기획보고서 집필진을 대조한 결과다. 동일인이 여러 사업에 참여한 경우를 포함하면 참여 건수는 54건이다.



이 가운데 신규 사업 심사 연도와 위원 임기가 겹치는 사례는 14명, 16건으로 분류됐다. 사업 기획과 예산 검토 사이에 이해충돌이 생길 수 있지만 최근 6년간 전문위원회에 회피·기피 신청이 접수되거나 처리된 기록은 한 건도 없었다.

다만 이들 14명이 자신이 기획한 사업의 검토에 실제로 참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려면 회의 참석 기록과 사업별 검토 자료를 추가로 대조해야 한다. 회피·기피 기록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이 실제 검토에 참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해관계를 어떻게 확인했는지와 해당 위원을 검토에서 배제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문회의 전문위원회가 사업의 필요성과 예산 규모를 검토하는 만큼 기획에 참여한 전문가가 해당 사업의 예산 검토에도 관여하면 기획 단계에서 형성한 입장이나 소속 기관의 이해관계가 검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의원 측의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술 분야별 전문위원회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은 해당 사항에 자문하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책조정·성과평가 전문위원회의 제척·기피·회피에 따른 심의 배제 현황은 "해당사항 없음"으로 회신했다.

이 의원은 기획보고서 집필 이력과 위원 활동 내역을 사업별로 대조해 실제 검토 참여 여부와 이해관계 확인·배제 절차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 참여 사실의 사전 신고와 이해충돌 판단 기준, 제척·회피 조치, 회의 기록을 함께 관리하는 체계를 갖출 것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사업을 잘 아는 전문가의 참여는 필요하지만 자신이 기획한 사업을 검토하는 상황에서는 공정성을 확인할 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이해관계가 있으면 자문하지 않는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어떤 사업에서 빠졌는지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