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군백기'가 대중적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반전의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가수 우즈(WOODZ), 그룹 ATBO 출신 정승환, BTS 뷔 모습./사진=스타뉴스, 정승환 인스타그램 캡처


과거 남자 아이돌에게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는 활동이 끊기는 원치 않는 공백이자 팬덤 유출을 우려하는 부담스러운 기간이었다.

하지만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기류는 달라지고 있다. 군 복무 기간이 단순히 팬들을 기다리게 하는 시간이 아니라, 숨겨진 진가를 재평가받고 대중적 인지도를 넓히는 '재발견의 무대'이자 역주행의 계기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막을 내린 '지상군페스티벌'은 대중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화제의 현장이었다. 현재 육군 현역으로 복무 중인 세븐틴 우지, SF9 로운, 백호, 몬스타엑스 I.M, 강다니엘 등 정상의 아티스트들이 육군공연팀 소속으로 무대에 오른 가운데, 가장 극적인 수혜를 입은 주인공은 그룹 ATBO 출신의 정승환이었다.

데뷔 이후 이렇다 할 대중적 인지도를 쌓지 못했던 그는 이번 축제 직캠 영상 단 하나로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단숨에 주목받았다. 화려한 무대 의상 대신 짧은 머리에 군복을 입은 그의 모습에서 숨겨져 있던 '배우상' 비주얼이 완벽히 부각되었고, 군복을 입고도 흐트러짐 없는 뛰어난 춤선까지 더해지며 온라인상에서는 "전역하고 배우로 데뷔해달라"는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축제 전 3만명대였던 개인 SNS 팔로워는 단 며칠 만에 29만명으로 수직 상승하며 '군복 직캠' 하나가 만들어낸 기적을 증명했다. 이 같은 '군백기 매직'은 정승환만의 우연이 아니다.



앞서 군 복무를 거친 선배 아티스트들이 이미 증명한 공식이다. 가수 우즈(WOODZ)는 군 행사 무대에서 선보인 라이브 영상이 터지며 음원 차트 역주행 신화를 썼다. 밴드 데이식스(DAY6) 역시 국군의 날 특집 무대 등을 기점으로 실력파 밴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세트와 보정 음원이 배제된 야외무대에서 오직 본연의 실력과 무대 장악력으로 대중을 설득했다는 점이다.

사실 군 복무가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수직 상승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한 굵직한 선례들은 과거부터 존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우 현빈이다. 2011년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이른바 '현빈 신드롬'을 일으키며 최전성기를 누리던 그는 돌연 해병대 자원입대를 택했다. 인기 절정의 순간에 가장 고된 길을 택한 그의 행보는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제대 후 그는 단순한 로맨스 스타를 넘어 전 세대의 굳건한 신뢰를 받는 배우로 도약해 보다 폭넓은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러한 '병역 정면 돌파'의 파급력을 전 세계적으로 증명한 스타는 단연 방탄소년단(BTS)이다. 입대 전 대중예술인 병역 특례 문제로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온 나라가 들썩였으나 멤버들은 소모적인 논란을 뒤로하고 순차적 현역 입대를 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잡음을 스스로 불식시킨 이들의 결단은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냈다. 특히 병역의 의무를 모두 마치고 돌아와 개최한 지난 3월 광화문 완전체 콘서트는 국가적 축제를 방불케 할 만큼 엄청난 인파가 몰리며 전 세계 팬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행보는 군백기가 그룹의 위상과 대중적 호감도를 오히려 굳건하게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과거에는 군백기를 무조건적인 팬덤 이탈과 활동 단절 등 악재로만 여겼다면, 최근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화려한 콘셉트를 걷어낸 자연스러운 모습이나 열악한 무대 환경에서 보여주는 날것의 실력이 두드러지며 오히려 대중과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물론 소속사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군 행사를 기획하거나 노리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아티스트가 성실히 복무하며 본연의 매력을 보여줄 경우 대중적인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요즘 업계에서는 군백기를 마냥 두려워하거나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제 군백기는 아티스트 본연의 매력과 실력을 대중 앞에 여과 없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관계자들 역시 군 복무를 단순히 돌아올 날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대중에게 발견되고 활동 영역을 넓히는 반전의 계기로 바라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