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7일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사진=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관련 발언이 북한의 반박 근거로 쓰여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정부의 대북 대응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정 장관 경질을 요구했다.

차지훈 주유엔 한국대사는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연설에서 북한의 지뢰 매설 행위를 비판하고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차 대사는 지난달 21일 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우리 군 장병 3명이 부상한 사건을 언급하며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남쪽에 고의로 매설한 지뢰에 따른 사고라고 밝혔다.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지원하고 과학적 분석을 거친 합동 조사 결과를 근거로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 측 대표는 한국 주장을 부인하며 정 장관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북한 대표는 정 장관 역시 지뢰 폭발이 북한의 의도적 공격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며 한국 측의 책임 추궁에 반발했다.

북한은 접경 지역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정당한 주권 행사라는 기존 입장도 되풀이했다. 한국과 군사적 주권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남북 간 대화 제안에도 거부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안지인 주유엔대표부 참사관은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고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나온 정 장관 발언이다. 당시 정 장관은 지뢰 폭발 사건을 북한의 고의적인 공격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남쪽 10m를 침범했다는 정부 입장을 언급하면서도 공격 의도에 대한 최종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적대와 대결을 해소하고 평화공존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이 북한군의 지뢰 매설 사실을 확인한 상황에서 정 장관이 공격 의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북한은 이 같은 발언을 대남 메시지에 연이어 활용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8일 담화에서 "한국의 관리 정동영도 이번 '지뢰폭발 사건'을 우리 공화국의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스스로 고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 회의에서도 북한 대표가 같은 취지의 발언을 반복하면서 정 장관의 국정감사 답변을 둘러싼 논란은 외교무대로 확대됐다.

야권은 정 장관 발언이 북한의 책임 회피에 활용됐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군의 최종 조사 결과마저 부정한 정 장관의 발언이 결국 북한의 침략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해주는 알리바이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 장관이 대북 소통을 강조하면서 지뢰 폭발 사건 대응 방안으로 거론된 북한 사이버 활동 관련 독자 제재에도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정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대북 사이버 제재와 관련해 "사이버 제재와 지뢰 폭발사고의 대응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했다. 외교부와 통일부 간 입장 차이에 대해서도 부처마다 역할이 다른 만큼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