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향해 정보·방첩 분야에서 동맹 기준을 준수할 것을 강조하며 한미관계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데이브 맥코믹 미 상원의원과 한미동맹과 역내 안보정세 및 주요 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사진=뉴스1(국방부 제공)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한국을 향해 정보·방첩 분야에서 동맹 기준을 준수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미국의 대북 정보공유 제한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자 발급 지연까지 겹치며 한미관계 곳곳에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행정부 측이 한국 언론사에 직접 밝힌 입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9일(현지시각) 한미 간 정보공유와 신뢰 문제를 묻는 미국 주재 한국 기자들의 서면 질의에 "우리는 한국이 수십년간 이어온 양국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정보 및 방첩 문제에 관해서 그렇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대북 정보 일부를 제한하고 국가정보원의 한미일 회의 참석을 배제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한국의 정보 관리 방식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보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방첩은 외국의 정보 수집이나 간첩 활동을 막는 일을 뜻한다. 미국은 한국의 정보 관리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정보와 보안 문제를 따로 언급하며 동맹국 간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국의 갈등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언급한 뒤 불거졌다. 미국은 민감한 정보가 공개됐다며 항의했고 이후 일부 대북 정보 제공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이미 논문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공개된 정보를 언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미국의 정보 제한은 군 당국도 인정했다.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 핵 관련 정보공유에 대해 "일부는 제한되지만 우리가 대비태세에 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처럼 군사작전에 필요한 주요 정보는 계속 공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 의장은 "결과적으로 이 상황은 빨리 해소가 되는 게 저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한미일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실무그룹 회의에서 국정원은 미국 측 요청으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는 세 나라가 북한의 해킹 등 사이버 위협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국정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수개월 전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라며 현재 한미 정보당국 간 오해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정청래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 지연도 논란이 됐다. 정 의원은 미국 주재 재외공관 국정감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비자가 제때 나오지 않아 방문지를 유럽으로 변경했다. 이를 두고 미국 측의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비자 심사 지연과 정보공유 갈등이 관련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제 미국 비자는 공식적으로 심사중(review)인 상태다. 무엇이 결정된 것이 아니고 한국 휴일과 항공편 예약상 유럽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속단과 극단적 주장은 한미동맹과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 미국 비자 문제로 한미동맹에 해를 끼치는 발언들은 서로서로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