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강북구 안무서운회사 셰어하우스를 방문해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와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국내 은둔 청년이 50만명을 넘어서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 5조원을 웃돌지만, 대응을 위한 법안은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현행 법은 '고독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통계개발원의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어려울 때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인 사회적 고립도는 2025년 약 33%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7.7%)보다 5.3%포인트(P) 높아졌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에서는 도움받거나 교류할 사람이 없으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고립·은둔 고위험군'이 3.3%로, 약 1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은둔 청년을 약 53만8000명, 이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연간 약 5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은둔 청년 1인당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 980만원 이상에 달하는 셈이다.

은둔 청년 등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이 나왔지만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 예방법)의 이름과 목적을 '사회적 고립 예방'으로 바꾸는 전부개정안을 잇달아 냈다. 지난해 1월 발의된 1건을 포함해 관련 전부개정안 3건이 모두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5월 법을 '(가칭)사회적 고립 예방법'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전부개정안은 5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고독사 대응을 강화하는 법안들도 국회에서 표류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부개정안을 포함해 22대 국회에 제출된 고독사 예방법 개정안 14건(의원안 13건·정부안 1건)은 한 건도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4년 7월 발의된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안은 836일, 정부가 지난해 3월 낸 일부개정안은 575일이 지나도록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고독사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전년보다 7.2% 늘었다. 5년 연속 증가세다.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도 전년 1.04명에서 1.09명으로 높아져 '2027년 0.85명'이라는 정부 목표와 거꾸로 갔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외로움 문제에 대응할 법과 조직을 갖췄다. 영국은 2018년 1월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고, 의사가 외로움을 겪는 환자를 지역 모임이나 자원봉사 활동 등에 연결하는 '사회적 처방'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은 2021년 2월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지명한 데 이어 2024년 4월 '고독·고립대책추진법'을 시행하고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추진본부를 꾸렸다. 한국은 지난 5월에야 복지부 1차관을 '사회적 고립 전담차관'으로 지정했지만 법적 근거는 없다.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참여했던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고독사라는 말 자체가 사후(死後)에 치우친 측면이 있다"며 "사회적 고립 예방으로 정책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 시설을 짓자는 게 아니라 지역의 빈 공간이나 도서관, 문화시설을 세대 구분 없이 외로울 때 찾아갈 수 있는 곳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