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의 읽는 인간 ⑭]아침 라디오를 느리게 하자
오전 7시 58분, 강변북로는 오늘도 꽉 막혀 있다. 라디오에서는 익숙한 목소리로 교통정보가 흘러나온다. 정체를 공인해준다.제길, 빠져나가려면 꽤 오래 걸리겠군.8시 짧은 뉴스에 이어 시사 프로그램이 다시 시작된다. 여야 의원이 나와 오늘의 이슈를 토론한단다. 아침부터.말이 좋아 토론이지, 자기 입장의 고함이다. 질문은 짧고, 답은 길고, 반박은 더 길다. 진행자는 중재하는 척하고, 출연자는 듣는 척한다. 각자 준비해온 말만을 꺼내놓는다.나는 그런 목소리 속에서 핸들을 꽉 잡는다. 이 방송을 듣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켜놓은 것이다.시사 라디오는 부지런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치 뉴스를 쉬지 않고 나른다. 누가 누구를 공격했고, 누가 무슨 말을 번복했으며, 어느 쪽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취해야 하는지.정보량은 꽤 많다. 그런데 하루가 끝날 무렵, 무언가를 많이 알게 됐다는 느낌보다 무언가에 많이 시달렸다는 기분이 든다. 분노는 쌓였고, 피로는 늘었는데, 달라진 것은 없다.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