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 사진=한국전력공사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57·사진)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적자를 낸 한전이 올해는 20조원이 넘는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되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 사장의 책임이 한층 막중해졌다.

올해 1분기(연결기준) 한전의 영업손실은 7조7869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손실 규모를 넘어서는 적자를 냈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 여파로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늘었지만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면서 한전의 적자가 커졌다.


구체적으로 1분기 연료비는 3조6824억원으로 1년 전보다 92.8% 뛰었다. 같은 기간 전력구입비도 5조5838억원으로 111.7% 치솟았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지급하는 전력도매단가(SMP)도 1분기 킬로와트시(㎾h)당 평균 180.5원으로 전년 동기(76.5원)대비 136%가량 급증했다. 1분기 판매단가가 ㎾h당 107.8원이다. 단순 계산상 180.5원에 사들인 전력을 107.8원에 판매했으니 ㎾h당 73원가량의 손해가 난 셈이다.

정부는 에너지 원료의 가격이 올랐을 때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국내 물가 안정을 이유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매번 동결하고 있다. 올해 1·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도 동결로 결정됐고 이로 인해 한전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는 역대 최악의 적자가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한전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23조1397억원이다. 지난 5월 전망치(-17조4723억)에서 불과 한 달 새 적자 예상폭이 6조원 가까이 늘었다. 일각에서는 30조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전은 정 사장을 필두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긴축경영(2조6000억원) 외에 해외사업 구조조정(1조9000억원), 부동산 매각(7000억원), 출자지분 매각(8000억원) 등을 통해 약 6조원 이상의 자구안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 사장은 "현재 위기 상황을 그간 해결하지 못했던 구조·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전력그룹사 역량을 총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과거 한국가스공사 사장 재임 시절에도 비상경영을 통해 회사의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문제는 전기요금 조정 없는 자구책만으론 적자를 해소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한전은 오는 16일경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각각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제출해 전기요금 인상을 요청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요금에 대한 '원가주의 원칙'을 강조해온 만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인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행법상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폭은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이어서 에너지 원료 인상폭을 상쇄하긴 턱없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