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2일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수사기관이 경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삼각 편제'로 재편되면서 수사 관할 조정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 외벽에 중수청 간판이 설치돼 있다./사진=뉴시스


오는 10월2일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수사기관이 경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삼각 편제'로 재편된다. 문제는 세 기관의 수사 범위가 겹치는 중대범죄·고위공직자범죄가 발생했을 때 관할을 조정할 협의기구가 넉 달 뒤에나 꾸려진다는 점이다. 더욱이 세 수사기관 중 두 곳의 수장이 공석이어서 기관 간 협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 범죄 ▲법왜곡죄 등 7개 분야로 규정돼 있다. 기존 검찰 직접수사 범위였던 부패·경제 2대 범죄보다 확대된 것으로,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 범위와도 겹친다.



수사 범위가 겹치는 만큼 개별 사건의 수사권 관할을 조율할 협의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정 형소법 197조의4는 수사기관 간 관할을 조정하는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설치하도록 한다. 다만 법 조항 시행일은 내년 2월5일부터다. 협의회 구성과 운영 방식을 정할 대통령령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새 체제 출범 뒤 넉 달간은 법정 조정기구 없이 기관 간 협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경찰청장은 1년9개월째 공석이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를 두고는 여권 내 반발이 심해 인사청문 절차가 미뤄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임명을 밀어붙인다 해도 다음 달 2일 중수청은 수장 없이 개청해야 하는 형편이다. 경찰과 중수청 모두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 속에서 수사권 조정이 필요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건별로 협의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협의회가 출범해도 기관 간 힘겨루기 속에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2021년 공수처 출범 당시 공수처와 검찰, 경찰은 사건 이첩 기준을 조정하려 3자 실무협의체를 꾸렸지만, 구속력이 없어 수사권을 두고 적잖이 충돌했다.



일례로 공수처는 수사를 다른 기관에 넘기되 기소 여부는 직접 판단하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검찰의 반대에도 사건 사무 규칙에 명시했다. 하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한 수원지검은 2021년 3월 공수처 규칙을 무시하고 공수처 수사대상인 이규원 검사를 직접 기소했다. 이 검사는 공수처 관할인 자신의 사건을 검찰이 기소한 것은 위법하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각하됐다.

중대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중수청에 통보하도록 한 것도 다른 수사기관에선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수청법 43조는 다른 수사기관이 중수청 관할 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통보하고, 중수청에서 이첩을 요청했을 때 자신들이 계속 수사해야 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따르도록 규정한다. 나아가 중수청법 시행령은 서면 통보 시점을 '인지한 날로부터 3일 이내'로 못 박고, '입건 전 조사'(내사)도 통보 범위에 포함했다. 중수청의 수사 우선권을 분명히 한 셈이다.

수사 분야를 담당하는 경찰의 한 관계자는 [시대]에 "아직 혐의점이 불분명한 내사 단계 정보까지 중수청에 즉시 통보하도록 규정한 것은 과도하다"며 "서면 통보를 위해 피의자 범위를 추리고, 인지 경위 등을 명시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일반 사기·공갈·횡령·배임 사건의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대상(이득액 5억원 이상)만 통보하기로 중수청과 협의를 완료했지만, 그럼에도 통보 대상이 연간 8만건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경찰 내부에선 수사 범위가 겹치는 게 오히려 낫다는 시각도 있다. 중대범죄는 중수청이 주로 맡고, 경찰은 민생과 밀접한 사건에 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중요범죄를 수사하는 중수청이 경찰 외 수사기관이 되면서 경찰만 할 수 있는 수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검사가 하던 수사보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가 늘어난 만큼 경찰의 부담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액사기, 피싱범죄, 경미한 폭행이나 가정폭력 사건 등 민생사건을 열거한 뒤 "경찰만이 할 수 있는 사건에 좀 더 집중해서 국민이 불편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