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낸드플래시의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AI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일본·중국의 낸드 업체들도 앞다퉈 생산능력 확대와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30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 매출은 지난해 730억달러(약 99조원)에서 올해 3601억달러(약 488조원)로 5배 가량 커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4892억달러(약 663조원)까지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성장의 중심에는 eSSD가 있다. AI 서버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저장해야 하는 만큼 일반 소비자용 SSD보다 훨씬 높은 용량과 성능을 요구한다. 트렌드포스 기준 올 2분기 글로벌 eSSD 시장 상위 5개 사 총매출은 375억90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103.6% 급증했다.
수요 변화에 맞춰 글로벌 낸드 기업들도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을 담당하는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은 이르면 내년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최근 복수의 투자은행과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조달 규모는 약 150억달러다.
조달 자금의 활용처로는 미국 내 낸드 생산기지 건설이 거론된다. 솔리다임은 현재 미국에서 본사와 연구개발 거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규모 낸드 생산시설은 중국 다롄에 두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급성장하는 미국 현지에 생산거점을 확보할 경우 공급망 안정성과 고객 대응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내에서는 청주 신규 낸드 팹 M17 건설에 19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일본 키옥시아도 자본 조달에 나섰다. 키옥시아는 내년 미국에서 미국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최소 10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시설 투자도 공격적이다. 키옥시아는 미국 샌디스크와 일본 욧카이치와 기타카미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2032년까지 3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양사는 7월부터 기타카미 공장에서 10세대 3D 낸드 생산에도 들어갔다.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 최대 낸드 업체인 YMTC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 상장을 추진하면서 약 330억위안(6조8000억원)의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 조달금 가운데 약 208억위안은 생산라인 고도화에, 122억위안은 첨단 연구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의 D램 업체 CXMT까지 낸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CXMT는 베이징의 신규 생산거점에 낸드 연구개발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별도의 연구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식 확정한 사업은 아니지만, 중국 메모리 산업의 투자 축이 D램에서 낸드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낸드 시장이 스마트폰·PC 업황과 재고 조정에 좌우됐다면 지금은 AI 데이터센터라는 대형 수요처가 새롭게 등장해 수급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며 "한국의 기술 경쟁력에 일본의 생산기반, 중국의 공격적인 자본 투자가 맞물리면서 AI 시대 낸드 시장을 둘러싼 한중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스언팩] 반값 비만주사 '에페'? 출시 전 알아야 할 것들 / 이젠 저녁에도 문 여는 주식시장, 위험 요소는?](https://i.ytimg.com/vi/pOIU14RaM3I/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