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AI 대전환의 시대, AI 풀스택 대한민국의 도약'을 주제로 열린 시대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인공지능(AI) 대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고루 갖춘 한국이 'AI 풀스택(Full Stack) 전략' 추진에 최적화된 나라이며 이를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 풀스택'이란 반도체 등 하드웨어부터 대규모언어모델(LLM), 최종 소비자가 사용하는 AI에이전트, AI를 돌리는 데이터센터 등 AI의 전 생태계를 통합 계열화하는 것을 뜻한다. 반도체·로봇의 개발 및 생산능력, 전력설비·건설 부문 경쟁력, 풍부한 제조업 현장 데이터 등 우리 경제의 AI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고 충분히 키워낸다면 한국이 AI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의미다.

동행미디어시대 주최로 30일 열린 '시대포럼-AI 대전환의 시대, AI 풀스택 대한민국의 도약'에 발표자로 나선 AI 분야 기업인, 전문가들은 "AI 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대부분 갖춘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서 앞서있지만 이를 현실에 구현할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미국이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메모리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보다도 한국이 종합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NPU 전문기업 리벨리온의 신성규 부사장은 AI 추론 단계에 필요한 NPU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엄청난 기회가 열려 있다고 소개했다. AI 모델 구축 단계에서 필요한 GPU는 미국 엔비디아가 여전히 압도적 선두이지만, 향후 AI 산업의 수익 대부분을 창출할 'AI 에이전트'용 추론 반도체 산업은 초입 단계에 있다. 이 분야에서 한국과 경쟁할 곳은 미국, 중국의 몇몇 기업에 불과하고, AI 수요 대비 추론 반도체 등 연산자원 공급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병목 현상'을 빚고 있다는 것도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게다가 이 분야를 뒷받침할 메모리 반도체 1,2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다.

중국이 치고 나가고 있는 피지컬 AI 산업도 한국에 불리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피지컬AI 전문기업 리얼월드의 최수환 전무는 글로벌 피지컬AI 산업이 이제 막 출발선에서 경쟁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피지컬AI의 성능을 좌우할 제조업 근로자들의 현장 데이터 면에서 한국에 견줄만큼 광범위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급속한 고령화로 제조업 현장의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점마저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AI의 도입 속도를 높이기엔 괜찮은 조건이란 분석이다.

세계적으로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는 AI 데이터센터(AIDC) 건설에서도 한국의 강점은 두드러진다. 품질 좋은 전력을 대규모로 통합 공급할 수 있는 전력망, AI를 대규모로 활용할 국내 산업 생태계, 중국·일본·아시아 등 서비스 수요처와의 거리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 AIDC 산업의 최적지 중 하나란 게 이영탁 SK텔레콤 AI정책연구원 부사장의 설명이다. 삼성물산 전영순 데이터센터 사업그룹장은 철저한 품질 관리, 공기 준수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국의 인프라 건설 능력이 AIDC 분야를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한국이 AI 대전환 시대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역량을 두루 갖췄다는 사실과 이를 종합적인 국가 경쟁력으로 실제 키워낼 수 있느냐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될 성 부른 NPU 기업, 피지컬AI 기업에 국가적 연구개발(R&D) 지원을 집중하고, 대형 AIDC를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일구기 위해 세제혜택을 주는 등 'AI 풀스택'을 조성하고, 조율할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