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지자 채권·자금시장에 대한 경계를 강화한다. 채권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지면 시장안정프로그램 지원 규모를 신속히 늘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올 4분기 은행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의 발행 규모와 만기 구조도 사전에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재정경제부·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과 신용평가사·증권사 등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면서 국내외 금리 상승이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공지능(AI)·반도체 업황 변화와 글로벌 자금 흐름, 지정학적 리스크 등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잠재 위험 요인과 대응 방향도 논의했다.
이 위원장은 현 시점을 "금융환경의 흐름이 바뀌는 전환기"로 진단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돌아섰고, AI·반도체 업황 변화와 중동 정세 등 불확실성이 겹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런 전환기에는 과거의 경험칙이 통하지 않는 지점에서 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며 "준비된 만큼 흔들림은 줄어든다"는 자세로 잠재 위험을 선제적으로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국내 주식·외환시장의 경우 중동전쟁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 변동성 확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등으로 변동성이 커졌지만 최근에는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채권시장에서는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국채금리가 올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2.953%에서 지난달 30일 4.011%로 105.8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9월 한 달에만 17.3bp 올랐다. 같은 기간 회사채 스프레드는 52.3bp에서 69.2bp로 16.9bp 확대됐다. 다만 참석자들은 회사채 스프레드가 과거 위기 때에 비해서는 크게 확대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2년 자금경색기 회사채 스프레드는 최대 177.2bp까지 벌어졌다.
참석자들은 지난 3월 중동전쟁 발생 이후 12조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을 사들인 시장안정프로그램(100조원+α)이 채권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데 공감했다. 정부는 중동전쟁 영향을 받은 중소·수출기업에도 지난달 28일까지 3만7818건, 21조1000억원을 지원했다.
참석자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은 높지만 견조한 수출·성장세와 양호한 금융기관 복원력, 대외건전성 지표 등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이 충격을 감내할 체력을 갖추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장금리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경제주체의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누적되고, 금리 변동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도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국내외 신용 이벤트가 발생하면 차환 조건이 단기간에 나빠지면서 취약부문의 차환 위험이 시장 안에서 빠르게 번지고, 금융권 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달과 운용의 만기 불일치에 따른 유동성 위험, 특정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 채권 발행·만기의 특정 시기 집중,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 증가 등도 상시 점검이 필요한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금융시장 안정이 생산적 금융·포용적 금융을 위한 '금융 대전환'을 뒷받침하는 최우선 전제조건"이라며,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은 극단적 위험(테일 리스크)까지 포함해 시장 위험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시장 불안이 확산하면 부문별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시장안정프로그램의 적극적인 집행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채권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지원 규모를 신속히 늘릴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위는 4분기 은행채와 여전채 등의 발행 규모와 만기 구조도 미리 점검하기로 했다. 특정 시기에 발행이 몰려 채권시장 수급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금리 상승기 금융권의 자산건전성과 유동성 대응 여력, 자금조달 구조도 꼼꼼히 살핀다.
취약차주 관리도 강화한다. 이 위원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은 시차를 두고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부터 나타난다며, 관계기관 합동으로 지난 8월28일 발표한 '금리 상승기 대비 취약차주 지원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대출금리 상승 동향과 취약부문의 상환 부담 가중 가능성도 면밀히 점검해 필요하면 보완 방안을 적기에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재정경제부·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금융위원장 주재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를 주기적으로 열어 시장과 산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위험 요인을 계속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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