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 직후 맞이한 첫 휴일을 반납하고 조직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사진은 4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본청 모습./뉴스1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개문발차한 지 사흘이 지났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 형사사법 체계를 적용할 현장은 기본적인 사무 시스템부터 갖추느라 주말도 반납했다. 재판 중인 사건은 공소 유지 담당 검사의 소속 문제가 불거지며 멈춰섰다. 사법체계의 또 다른 축인 법원은 '대법관 제재청' 갈등이 국회로 번졌다. 사법 시스템 전반이 기능부전에 빠지면서 국민만 피해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청 후 첫 주말을 맞은 중수청은 일부 간부와 직원들이 비상 출근했다. 사무분장과 내부 매뉴얼을 작성하고 사건 처리 행정 절차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는 지난 2일 개청 첫날부터 난맥상이 드러난 것과 무관치 않다. 당일 민원실에는 정식 '접수확인증' 서식이 준비되지 않아 민원인이 제출한 고발장 표지에 보라색 접수 도장을 찍은 뒤 이를 복사해 건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중수청이 '1호 사건'으로 무엇을 선정할지도 관심거리다. 개청 첫날 ▲현직 경찰관 법왜곡죄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경영진 배임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 관련 이재명 대통령 일반이적 혐의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 고소·고발장 30여 건이 접수됐다.

새로 접수된 사건 또는 검찰에서 기존에 하던 사건, 정치 사건과 경제·금융범죄 사건 중 어떤 것을 처음으로 수사하느냐에 따라 중수청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021년 출범 당시 경찰이 수사하던 조희연 전 서울교육감의 해직교사 특혜채용을 1호 사건으로 골랐다.

법정에서는 공소청과 중수청 분리에 따른 제도 공백이 드러났다. 2일 열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정엽)는 공소청으로 소속이 바뀐 특검 파견검사가 공소 유지를 하는 게 적법한지 의문을 제기하며 재판을 중단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 심리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는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가 아닌 다른 특검보가 최종 의견 진술과 구형을 맡았다. 정작 공소청은 수사 인력 상당수가 중수청으로 재배치되면서 남은 검사들의 행정·민원 업무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같은 시기 사법부와 정치권의 파열음은 커졌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6일 예정된 대법원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불출석사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대법관 제청권 행사는 대법원장의 독립적 권한이며 대통령과의 협의 내용을 국회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이유를 들었다. 민주당은 즉각 "국회의 견제와 검증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맞섰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출범은 예정대로 이뤄졌지만,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중수청은 인력과 전산시스템을 안정화해야 하고, 공소청은 기존 사건의 기록 이관과 공소 유지에 차질이 없도록 업무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 절차의 혼란과 수사 지연에 따른 부작용은 오롯이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