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금융권의 대규모 해킹 사태에 대한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사 시작 단계부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의 사이버범죄 수사 관할 문제에 봉착했다. 78년 만에 형사사법 체계 개편이란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관할권 정리'가 수사의 첫 관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금융권 해킹 사태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정식 수사를 시작했다고 6일 밝혔다. 금융권 해킹 피해 언론보도가 나온 지난 1일 내사 착수한 지 엿새 만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과장(총경)이 팀장을 맡고, 총 4개 팀 28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은 중국어 기반 AI 자율 침투 테스트 시스템인 '아르텍스'(ARTEX)가 해킹에 쓰였다는 의혹을 포함해 수사할 계획이다.
문제는 사이버범죄가 중수청 관할 7대 범죄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중수청법 제43조는 다른 수사기관이 중수청 관할 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중수청에서 이첩을 요청했을 때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이첩해야 한다.
경찰은 일단 이 사건이 중수청 통보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수청법상 '국가핵심기반'에 대한 사이버공격일 경우 중대범죄에 해당하는데, 피해를 본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금융거래 시스템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국가핵심기반이란 국가경제·국민 안전·정부 핵심 기능을 맡는 시설이나 시스템, 자산을 망라한다. 올해 6월 기준 국가핵심기반 지정 기관 374곳 중 금융 분야는 한국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 금융결제원, 한국거래소 등 9곳이다.
다만 '전자금융기반시설'에 해당할 경우 전자금융거래법상 중수청 통보 대상이다. 전자금융기반시설이란 해킹 피해가 발생한 시스템이 전자금융거래에 이용되는 정보처리시스템이나 정보통신망을 뜻한다. 경찰은 은행 금융거래 시스템이 '전자금융기반시설'에 해당하는지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처럼 수사 초기 관할권 문제가 떠오르면서 해킹 공격자의 망 접속 시도 기록(로그) 확보를 포함한 초동수사에 혼선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침입 피해가 발생한 금융권 전산망과 로그 기록 등 필요한 부분은 내사 착수 직후 바로 확보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수청도 경찰로부터 통보가 올 것에 대비해 과학수사국과 서울지방중수청을 중심으로 대응 채비에 들어갔다. 중수청 관계자는 "중수청법에 따라 (경찰로부터) 통보가 와야 수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통보가 올 경우 수사 공백이나 차질이 없도록 사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과 중수청, 금융당국,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유관기관을 망라한 범정부 합동수사단을 조기에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해킹 사건은 공격자를 특정하거나 잡기가 매우 힘들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단일 수사기관이 대응하기 어렵다. 사건의 복잡성과 중대성, 수사 관할권 문제를 모두 고려하면 합동수사단을 띄우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달 2일 시작된 새 형사사법 체계로 빚어진 혼선은 수사권 관할 문제만이 아니다.
검찰이 공소청으로 바꾸면서 재판이 멈춰서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정엽)가 심리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재판에선 특검 파견검사의 공소 유지 적법성이 쟁점이 됐다. 검찰 시절 파견 명령의 효력이 공소청으로 소속이 바뀌어도 유효한지 모호하다는 게 재판부 지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도 공소청 파견 검사를 대신해 박노수 특검보가 최종 의견 진술과 구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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