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벅수골의 연극 ‘악의 피’가 오는 8일과 9일 통영시민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배우들은 시대를 넘나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을 바꿔 연기하게 된다./사진=통영시


지역에서 연극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관객과 제작비, 공연 공간을 확보하는 일부터 배우와 스태프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까지 모두 지역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럼에도 경남 통영과 거제에는 지역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며 연극의 끈을 이어가는 극단이 있다. 통영의 극단 벅수골과 거제의 극단 예도가 대표적이다.



극단 예도는 2012년 창작 초연한 '선녀씨 이야기'를 비롯해 지역의 역사와 삶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왔다. '선녀씨 이야기'로 대한민국연극제 단체 대상(대통령상)을 받았고 2019년 '꽃을 피게 하는 것은'으로도 같은 대상을 받았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에 2년 연속 선정돼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통영에서는 극단 벅수골이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역사 속 인물들을 무대에 불러냈다.



극단 벅수골이 창작 초연 2인극 '악의 피'를 8일과 9일 통영시민문화회관 무대에 올린다. 공연은 8일 오후 7시30분, 9일 오후 3시와 오후 7시30분 모두 세 차례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2026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창작공연으로 마련됐다.

작품의 배경은 여러 시대의 공안사범 취조실이다.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을 가상의 대화 속에 배치해 선과 악, 가해와 피해, 선택과 연대의 문제를 들여다 본다.

두 배우 박승규와 이규성이 심문하는 자와 심문받는 자를 번갈아 맡는 것도 특징이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의열단 단장 김원봉과 친일 경찰 노덕술을 연기한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배우들이 역할을 바꿔 김원봉을 연기했던 배우가 중앙정보부 국장 이용택을, 노덕술을 연기했던 배우가 인혁당 사건 희생자 여정남을 맡는다.

배우가 가해자와 피해자, 심문하는 자와 심문받는 자를 교차해 연기하는 형식이다. 선과 악을 고정된 두 편으로 나누기보다 한 인간과 사회 안에 뒤섞여 있는 모습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려는 시도다.

장창석 극단 벅수골 연출은 "'악의 피'에 맞서 싸우는 '선한 피'의 혈족이 그보다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선한 피'의 힘으로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연극은 거창한 무대보다 그 지역에서 계속 만들어지는 무대라는 데 의미가 있다. 통영에서 연극의 자리를 지켜온 벅수골이 이번에는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오늘의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