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최근 침해위협 대응 전금융권 긴급 점검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권에서 정보유출과 해킹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보안을 전제로 망분리 규제 해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금융회사의 보안역량도 함께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금융권의 혁신과 보안역량 강화 등을 지원하기 위해 보안을 전제로 망분리 규제 해제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회사의 경쟁력과 지배구조 공정성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방안도 마련하고, 건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입법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망분리 규제 완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은 최근 금융권의 보안 사고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망분리는 금융회사의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분리해 외부 침입이나 정보 유출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보안 규제다. 다만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외부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은 보안조치를 전제로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왔다.

금융위는 생산적 금융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첨단기술·산업 분야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현재 150조원 규모로 집행 중인 국민성장펀드를 200조원으로 확대하고 지원 대상과 직접투자 규모도 늘린다. 건전성 규제 합리화 등을 통해 민간 금융회사의 생산적 금융 확대도 유도할 방침이다.

정책금융의 지방 공급 비중도 확대한다. 금융위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5극3특 전략 등을 연계해 지역 대표 전략산업과 지방 이전 기업에 우대금융을 공급하고 민간 금융 인프라도 확충하기로 했다. 투자 과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 활용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도 추진한다.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도 강화한다. 정책서민금융의 금리 수준을 낮추고 신상품 출시 등 공급을 확대한다. 새도약기금 등을 통해 상환이 어려운 기존 채무를 조정·소각하고, 장기 연체채권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추심 관행과 연체채권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청년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청년미래적금 등 자산형성 지원을 늘리고 소득과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청년을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한다. 소상공인에게는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하고 맞춤형 지원 상품을 공급하는 한편 장기 연체 소상공인의 채무조정부터 재기까지 단계적 지원을 강화한다.

가계부채는 엄격한 관리 기조를 유지한다. 투기적 대출 수요를 제한하면서도 서민금융과 중금리대출 공급을 이어가고 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핀셋형 지원'과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도 확대한다.

자본시장에서는 신뢰와 주주보호, 혁신, 시장접근성을 4대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합동대응단 운영과 신고포상금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 대응 역량을 높이고 조사권한과 부당이득 환수 수단도 강화한다.

보이스피싱과 불법사금융 대응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금융·통신·수사 분야의 보이스피싱 의심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하고 가상자산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규율체계를 마련한다. 범부처 '불법사금융 척결 TF(태스크포스)'를 통해 대포폰·대포통장 등 범죄 수단을 차단하고 불법추심 중단과 소송, 피해회복 지원을 아우르는 원스톱 지원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국정감사는 금융위가 추진 중인 정책 전반에 대해 종합적으로 점검·평가받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모든 금융위 직원은 책임감을 가지고 이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