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을 올해 중에는 추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농어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속도전을 펴기보다 사회적 합의와 신뢰 회복을 우선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CPTPP 가입의 연내 신청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CPTPP 가입의 경제적 효과와 산업별 영향을 검토하며 연내 신청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대통령 지시로 가입 추진 일정은 일단 늦춰지게 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도 CPTPP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농수산업계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결론을 정해놓고 서두르지 말고 원점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CPTPP는 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베트남·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형 자유무역협정이다. 영국까지 합류하면서 현재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상품 관세뿐 아니라 서비스·투자·디지털 통상·정부조달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지향한다.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잠정 영향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협정 발효 10년 뒤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38%포인트(p) 높아지고, 발효 후 15년 동안 제조업 생산은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농림수산업 생산은 연평균 약 8500억원 감소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 때문에 농어업계에서는 추가 시장 개방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와 피해 보완책을 요구해왔다. 강 수석대변인은 "통상정책은 국민의 삶과 직결돼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들과의 신뢰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국민주권정부는 농어민을 비롯한 국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 아래 충분히 소통하며 CPTPP 가입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농어업계와의 신뢰 회복 조치도 병행한다.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조성하기로 했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1조원 가운데 미달한 약 7000억원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할 계획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무엇보다 정부와 농어민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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