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훈 주유엔한국대표부 대사가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유엔 웹TV 캡처


한국 정부가 유엔 무대에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하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북한은 한국군의 조사 결과를 부인하며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양측은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답변권을 주고받으며 공개 설전을 벌였다.

한국은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보) 일반토의에서 최근 DMZ 지뢰 폭발 사고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차지훈 주유엔대사는 연설을 통해 지난 9월 발생한 DMZ 지뢰 폭발로 장병 3명이 부상을 입었다며 한국군과 유엔군사령부의 합동 조사 결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의도적으로 매설한 지뢰가 원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정전협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북한에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차 대사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역시 역내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를 촉구했다.

북한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주유엔 북한 대표는 한국 정부의 주장이 북측의 국경 경비 활동을 군사적 도발로 몰아가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뢰 폭발 사고를 둘러싼 한국군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자신들의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려는 옹색한 수작"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거론했다. 정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이를 근거로 한국 정부가 사고 원인을 단정 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 측도 답변권을 활용해 재반박했다. 안지인 주유엔대표부 참사관은 한국군과 유엔사의 합동 조사 결과를 다시 언급하며 한국이 장병들의 생명과 안전을 걸고 사건을 조작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북한은 다시 발언권을 얻어 한국의 군사훈련과 대북정책을 문제 삼으며 맞섰다.

유엔 제1위원회는 군축과 군비통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 등 국제 안보 현안을 다루는 유엔총회 산하 기구다. 이번 회의에서는 DMZ 지뢰 폭발 사건을 계기로 남북 간 책임 공방이 공개적으로 전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