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상이 불발되자 노르웨이와 노벨위원회를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비난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막았는데도 상을 받지 못했다며 올해 수상자의 정치 성향까지 문제 삼았다. 남북한과 중국·대만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것이 자신의 공로라고 주장했다.
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주 시러큐스에서 열린 공화당 후보 지원 유세에서 노벨평화상 결과를 비판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미국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어야 했다. 상을 주지 않은 것은 노르웨이와 그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오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민주적이고 문명의 적이나 다름없는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이 노벨평화상의 신뢰를 영원히 무너뜨렸다. 노르웨이,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수상자인 나비 필레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유엔에서 일하는 진보 성향 인물"이라고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한과 북한, 북한과 일본,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 막고 있다. 이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것은 오직 내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이미 8개의 전쟁을 끝냈다고 주장하면서 "전쟁 하나에 노벨상 하나씩, 8개를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낸 일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증액을 성과로 내세웠다.
이란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곧 끝내겠다고 밝히며 이란을 향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두 내놓거나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 앞서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탄핵 심판 당시 변호인이었던 데이비드 쇼언 변호사의 글을 별도 설명 없이 공유한 바 있다.
쇼언은 이 글에서 필레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증오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브라함 협정을 성사시키고 인질 석방에 기여했다며 이런 업적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이 보상해야 할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를 마친 뒤 같은 날 밤 트루스소셜에 직접 장문의 글을 올려 불만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이 해결했다는 8개 전쟁으로 캄보디아·태국, 파키스탄·인도, 이스라엘·하마스 등의 분쟁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이어 노벨평화상은 하나가 아니라 8개를 받았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필레이에 대해서 "그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재차 비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인권법 전문가인 필이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국제형사재판소(ICC) 판사를 지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조사한 유엔 위원회를 이끌며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판단에 반발해 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필라이가 전쟁범죄와 집단학살 책임자를 처벌할 국제 제도를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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