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 성패를 좌우할 핵심요소로 생산능력이 부상하고 있다. AI 시대 첨단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객사 요구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생산능력이 절대적인 경쟁력으로 여겨져서다.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생산능력 확충에 사활을 걸고 신규 팹(공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5공장(P5) 공사현장 모습./사진=뉴스1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으로 4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삼성전자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반도체 팹 건설이다. 국내 곳곳에 다양한 반도체 생산시설을 속도감 있게 신설하고 있다. 경기 평택을 비롯해 용인·광주까지 주요 거점을 확장하며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중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들어서는 5라인(P5)의 경우 팹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현재 첫 번째 팹(팹1) 건설이 이뤄지는 가운데 두 번째 팹(팹2) 신축도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팹1과 팹2를 각각 오는 2028년과 2029년에 가동한다는 목표다.



특히 가동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졌다는 점에서 업계 관심을 끈다. 향후 P5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제품의 핵심 생산처로 자리하게 되는 만큼 삼성전자도 조기 가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용인에도 신규 거점이 마련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대형 반도체 공장 6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첫 번째 팹은 2029년 10월 가동이 목표다.

용인 국가산단 전체 완공 목표 시기도 원래보다 7년이나 앞당긴 2040년으로 설정됐다. 첨단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생산시설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거점인 만큼 전사 경쟁력 강화는 물론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확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차기 생산 거점으로는 광주가 낙점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여건이 갖춰지면 광주에 400조원을 들여 신규 팹 2기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전력·용수 등 주요 인프라와 각종 인센티브 지원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공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 조성되면 수도권과 함께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차세대 핵심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 못지않게 신규 생산시설을 신속히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다. 첨단 D램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대형 팹 4기를 구축할 계획으로 전체 건설 완료 목표 시기를 기존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 앞당겼다. 현재 첫 공장(Y1)은 내년 2월 첫 클린룸 개방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고 두 번째 공장(Y2)은 35조2000억원을 들여 같은 해 7월 착공, 2029년 6월 첫 클린룸을 열 예정이다. 충북 청주에서도 19조1000억원 규모로 2028년 12월 첫 클린룸을 여는 낸드 공장 M17과 2027년 10월 첫 라인 준공 예정인 첨단패키징 시설 P&T7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광주를 신규 생산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약 400조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팹 2기를 건설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 약 826만㎡에 양사가 800조원을 들여 팹 4기를 짓는 사업으로, 부지 인도 후 2028년 착공해 2030년 첫 양산을 목표로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9일 사업 부지를 직접 방문해 추가 생산시설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양사는 일부 생산시설 건설 일정을 수개월에서 10년 이상까지 앞당기며 반도체 공급능력을 조기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AI 인프라 확충이 가속화되면서 첨단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고객사가 필요한 시점에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져서다.

중국의 추격도 생산력 확충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차오칸위 사장은 지난 10일 연내 차세대 4F²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DR5 메모리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범용 D램을 넘어 서버용 메모리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생산 능력을 선제 확보해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고객사 요구에 적기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며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유지해야 호황을 이어가고 물량 확보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