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시행하는 디지털자산 과세제도가 시장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 방식에 따라 과세 기준이 달라질 수 있고 투자 손실을 반영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과세는 오는 2027년 1월부터 시행된다.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세 차례 연기됐다. 그동안 시장은 변화했지만 과세체계는 여전히 도입 당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은 가상자산 거래를 통한 소득이 연간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에 20%의 소득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세율은 22%다.
주요 쟁점은 거래 방식에 따른 과세 형평성이다. 가상자산을 직접 사고팔아 얻은 수익은 과세 대상이지만 해외 거래소에서 선물·옵션 상품에 투자해 얻은 수익은 과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국내에서는 관련 파생상품 거래가 허용되지 않지만 해외 거래소에서는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투자 방식에 대한 과세 기준도 검토 대상으로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주한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에 활용하고 보상을 받는 스테이킹은 보상 성격에 따라 소득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 달러를 보유해 얻은 환차익은 원칙적으로 비과세지만 달러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매도해 얻은 차익은 과세될 수 있다는 점도 논의 대상이다.
투자 손실을 세금 계산에 반영하는 방식도 개선 과제로 거론된다. 현행법은 같은 해 발생한 이익과 손실은 합산할 수 있지만 전년도 손실을 다음 해 수익에서 빼주는 이월공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2027년 1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이듬해 1000만원을 벌어 전체 투자 수익이 0원이더라도 2028년에는 165만원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거래내역을 파악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용자끼리 직접 거래하는 탈중앙화거래소(DEX)는 거래내역 제출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개인이 가상자산을 별도로 보관하는 콜드월렛을 이용한 거래도 실제 소유자 확인에 한계가 있다. 해외 거래정보 자동교환체계(CARF) 역시 한국은 2027년, 싱가포르와 홍콩 등은 2028년, 미국은 2029년부터 정보교환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국가별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들도 세금 신고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전문 리서치 타이거리서치가 국내 디지털자산 투자자 2423명을 조사한 결과 70.6%는 거래내역과 매입가격을 확인해 세금을 계산하고 신고하는 과정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정부의 과세 행정·전산시스템 준비가 부족하다는 응답도 66.4%였다.
과세제도 재검토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과세 폐지 청원과 9월 과세 2년 유예 청원은 각각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디지털자산 과세에 따른 세수 규모를 현재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 정책간담회에서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충분한 준비 없이 과세를 서두른다면 그 혼란과 부담은 청년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과세체계가 현재의 시장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재점검하고, 과세 기준과 신고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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