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킹 사고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뉴스1


금융권에서 잇따라 발생한 해킹 사고로 금융회사 16곳에서 약 1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의 긴급점검에서는 금융회사 555곳 중 130곳에서 보안관리 미흡사항이 확인됐다. 이에 당국은 보안 취약점 점검을 강화하고 최고경영자(CEO)의 보안관리 책임을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등 관계기관과 '제2차 긴급 상황대응 회의'를 열고 금융권 침해사고 조사 경과와 보안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한은행 침해사고 전후로 해킹 피해가 확인된 금융회사는 총 16개사다. 은행권에서는 신한·국민·부산·하나은행, 저축은행에서는 예가람·웰컴·DB·OK저축은행이 포함됐다. 이 밖에 현대캐피탈과 산은캐피탈,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인 PFCT와 모우다, 전자금융업체 브라이트픽스, 가상자산사업자 스트리미와 프라뱅,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도 침해사고가 확인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약 10만건이다. 유출 정보에는 성명과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등이 포함됐다. 다만 계좌번호나 카드번호 등 직접적인 부정결제 우려가 있는 정보의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현재 각 금융회사가 공유된 공격자 IP(인터넷주소) 등을 토대로 추가 침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어 피해 회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간 연관성과 공격 주체의 동일인 여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 전반의 보안관리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지난 8일까지 금융회사 555곳을 대상으로 12개 항목의 체크리스트 점검을 실시한 결과 425곳은 적정 판정을 받았지만, 130곳은 일부 미흡사항이 있다고 보고했다. 전체 점검 대상의 약 23.4%에 해당한다.

주요 미흡사항은 최신 보안패치 미적용, 제조사 기술지원이 종료된 시스템의 관리 부실, 24시간 실시간 보안관제체계 미구축 등이다. 외부 시스템의 인증·인가 누락이나 다중인증(MFA) 미도입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보안 역량이 취약한 전자금융업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에서 미흡사항이 비교적 많이 발견됐다.

금융당국은 미흡사항이 확인된 금융회사에 보안패치 적용과 노후 장비 교체, 보안관제 인력 및 설비 확충 등 즉각적인 보완조치를 시행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권 보안관리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외부 연결 시스템과 인증체계, 내부통제 등을 전수점검하고 CEO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등의 책임 범위도 명확히 할 방침이다.

금융회사별로 파악한 해킹 위협 정보를 금융권 통합관제시스템을 통해 공유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AI를 활용해 외부 노출 자산과 내부 소스코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취약점을 탐지하는 인프라도 마련할 계획이다.

대형 금융회사의 보안 취약점 점검·평가 주기를 현행 연 1회에서 연 2회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긴급한 보안 위협이 발생할 경우 수시점검을 실시할 수 있는 근거도 검토한다.

보안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형 금융회사를 위해서는 금융보안원과 업권별 협회·중앙회가 공동으로 AI 기반 보안관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대부업체와 보험대리점(GA) 등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업권에 대한 보안관리 강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보안점검 권고가 실제 현장에서 이행될 수 있도록 CEO의 책임을 강화하고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제도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그동안 롯데카드 정보유출, 미토스 쇼크 등 다양한 계기로 수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금융회사 외부접점과 인증관리뿐 아니라 전 금융권의 보안관제체계, CEO·이사회 등의 책임성 확보를 포함해 보안체계 전반을 철저히 재점검하겠다"며 "AI 공격은 AI로 방어하는 보안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망분리 규제 완화 등 제도개선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