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선우 무소속 의원(재선·서울 강서구갑)이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공천헌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입법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처벌 수위를 높이고 공소시효를 늘리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15일 법원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이춘근 부장판사)은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의원에게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대가로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사건은 강 의원과 김병기 무소속 의원(3선·서울 동작구갑)이 2022년 4월 나눈 대화 녹취가 지난해 12월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고 녹취가 공개됐을 때는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었다. 강 의원은 1심 선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항소심에서 결백을 밝히겠다"고 적었다.
강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진 뒤 국회에는 공천헌금 관련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총 7건 발의됐지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초선·비례)은 지난 1월26일과 27일 각각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후보자 등이 공천 관련 금품 수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 소속 정당이 국가보조금의 5%를 반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금품 수수 등으로 정당 소속 의원의 당선이 무효가 돼 재선거가 치러질 경우 그 정당은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두 법안은 3월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된 뒤 계류 중이다.
지난 2월부터는 거대 양당에서도 관련 법안이 나왔지만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초선·경북 경산시)은 2월24일 공천헌금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피선거권 제한 기간을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튿날 윤건영 민주당 의원(재선·서울 구로구을)은 공천헌금 범죄의 공소시효를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냈다. 조 의원도 3월5일 같은 취지로 공소시효를 늘리는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재선·부산 해운대구을)이 제3자를 통한 공천 관련 금품 수수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천 청탁을 받고 지방의원 등에게서 후원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들 법안 중 상임위 심사를 마치고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공천헌금 사건이 과거부터 되풀이되고 있는 만큼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기중 전 충북도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금순 전 청주시의원에게서 2000만원의 공천헌금을 받았다가 돌려준 혐의로 기소돼 2019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하영제 전 국민의힘 의원은 도의원 후보자로 공천받도록 돕겠다며 예비후보자 가족에게서 7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5월 대법원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천헌금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인 선의에 맡겨서는 안 되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을 통해 똘똘한(강력한) 처벌 규제를 만들거나 중앙당 차원에서 공천헌금 의지를 꺾을 수 있을 정도의 징계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국회의원들이 국민 눈치를 보며 정치개혁에 나서려는 모습이 많았는데 요샌 그렇지 않다"며 "기득권을 내려놓으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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