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고금리 우려와 국내 증시 조정으로 증권사 신용융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원대를 돌파했고 반대매매 규모도 급증하며 증권사 담보관리와 채권 회수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705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초 27조4000억원 수준까지 감소했던 잔고가 두 달여 만에 약 6조3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일정 비율 보증금을 납부하고 나머지 매수대금을 증권사에서 빌리는 방식이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유지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투자자는 추가 담보를 납부해야 한다. 정해진 기한 내 담보를 보충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매매 규모는 빠르게 늘어 지난 14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893억3600만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593억5000만원)보다 299억8600만원 급증했다. 같은 날 위탁매매 미수금도 1조3574억원에 달했다.
미국 물가 상승과 고금리 장기화로 국내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증권사의 위험관리 부담도 커졌다. 반대매매가 이뤄지면 증권사는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주가 급락이나 매도 물량이 집중돼 주식을 제때 처분하지 못할 경우 채권 회수에 차질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특히 신용융자가 특정 종목에 집중된 상황에는 해당 주가가 급락하면 담보가치 하락과 반대매매 물량 증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고금리도 증권사 신용공여 사업의 주요 변수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거나 증시 변동성이 확대돼 신용융자 잔고가 감소할 경우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신용융자를 통한 이자수익 확보와 함께 주가 급락에 대비한 위험관리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도 신용융자 확대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며 증권업계에 자율적인 관리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달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와 함께 '신용융자 자율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이달 1일부터 신용융자를 포함한 신용공여 취급 잔액을 자기자본의 90% 이내로 관리하도록 했다. 기존 법규상 한도인 자기자본의 100%보다 10%포인트 낮췄다.
오는 19일부터는 특정 종목에 대한 신용융자 집중 관리도 강화한다. 개별 종목의 신용융자 잔액이 증권사 전체 총액의 15%를 초과하면 신규 신용융자 제한이나 투자자별 한도 축소, 보증금률 인상 등을 통해 비중을 낮추도록 하는 내용이다.
증권사들도 이에 맞춰 신용거래 조건을 조정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신용보증금률을 기존 45%에서 50%로, 담보유지비율을 140%에서 150%로 높인다고 공지했다. 변경된 기준은 오는 19일부터 신규 신용융자 매수 체결분에 적용한다. KB증권도 같은 날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신용융자 종목한도를 기존 2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메리츠증권은 같은 날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신용융자 매수를 제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신용거래 확대가 증시 하락 국면에서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위험 선제관리와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신용거래는 향후 레버리지 축소 과정에서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와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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