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친밀관계폭력 처벌법·방지법' 입법 추진을 예고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정폭력방지법)을 전면 개정하는 방식이다.
국회에는 이미 교제폭력 특례법 제정안 4건과 가정폭력처벌법 전부개정안 3건이 계류돼 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2건조차 2년 넘게 처리되지 못했다. 보호 대상과 입법 방식 등 핵심 쟁점이 정리되지 않아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초안을 더 논의하고 숙의를 거쳐 다듬어서 최종안을 신속하게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의원실이 밝힌 개정 방향은 긴급임시조치를 어긴 가해자의 영장 없는 체포, 접근금지 범위·기간 확대, 반의사불벌 조항 배제 등이다. 긴급임시조치는 법원 결정 전 경찰이 내리는 접근금지 등의 조치다.
피해는 늘고 있지만 보호조치는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이 박정현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제폭력 112 신고는 10만5327건으로 처음 10만건을 넘었다. 2021년(5만7305건)보다 83.8% 늘어난 수치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서는 2022년부터 이달 12일까지 경찰이 지급하는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피해자가 살해된 사건이 17건, 살인미수 사건이 10건으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입법이 더딘 데는 세 가지 난제가 있다. 첫 번째는 '교제관계'의 범위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안은 교제관계를 '2명의 이성 간의 관계'로 한정했지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안은 연인관계 이전의 호감 단계까지 포함했다. 2024년 법사위 검토 당시 경찰청은 '이성 간' 한정이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며 삭제 의견을 냈다. 법원행정처는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안의 '친밀한 관계' 정의가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봤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교제관계는 정서적 내밀성과 비정형성, 변화 가능성이 있어 법 문언으로 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교제폭력 개념은 처벌이 아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어느 법에 담을지다. 가정폭력처벌법 확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보완, 특례법 제정으로 의견이 갈린다. 이 의원은 "1997년에 만든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목적으로 삼고 있어 가정 밖 친밀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규율하지 못한다"며 가정폭력처벌법 확대를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 의원 초안에 대해 "가정이라는 틀의 한계를 넘으려고 개념을 넓힌 것 같다"면서도 "전면 개정은 사실상 새 법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가정폭력 개념이 해온 역할이 흔들릴 수 있다"며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어야 하는데 이 점을 놓칠 수 있고, 법체계가 복잡해지고 개정 비용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토킹처벌법을 고치자는 쪽은 교제폭력과 스토킹이 닮았다고 본다. 연인 사이 폭력은 스토킹과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둘 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도 불안과 공포를 준다는 것이다. 스토킹처벌법은 가정폭력처벌법과 달리 제정 때부터 피해자 보호를 목적으로 삼았고 접근금지·전자장치 부착 같은 조치도 이미 갖췄다. 교제폭력을 스토킹의 한 종류로 법에 적어 넣으면 새 법을 만들지 않고도 이 조치들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지금 법으로는 교제폭력을 모두 스토킹으로 보기 어렵다. 경찰은 지난해 8월 매뉴얼을 만들어 한 번 때린 경우도 '접근'으로 보고 곧바로 접근금지를 명령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는 법에 적힌 내용이 아니라 경찰의 해석이다. 전자장치 부착처럼 법원이 내리는 더 강한 조치는 스토킹이 계속되거나 반복돼야 가능하다.
특례법 제정은 교제폭력만 다루는 법을 따로 만드는 방식이다. 김미애·이인선 국민의힘 의원과 박정현·황정아 민주당 의원이 각각 낸 제정안 4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법사위 검토보고서는 별도 법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다만 김미애 의원안의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가 스토킹처벌법과 거의 같고, 동거하는 연인은 가정폭력처벌법상 사실혼인지 교제관계인지 곧바로 가리기 어렵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현장에서 세 법 가운데 어느 법을 적용할지를 두고 "실무상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이라고 적었다.
세 번째는 피해자 의사와 처벌 사이의 균형이다. 이 의원 초안처럼 반의사불벌 조항을 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폭행·협박 등의 가해자를 기소할 수 있다. 경찰청은 2024년 검토 당시 배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경미한 사안까지 입건될 수 있고 피해자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한 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는 시대와의 통화에서 "교제관계를 어떻게 정의할지를 두고 다툼이 많아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교제관계 정의만 정리되면 임시조치나 잠정조치는 가정폭력·아동학대·스토킹 관련 법의 규정을 그대로 따르면 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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