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배달에서 시작한 즉시배송이 신선식품을 넘어 패션·도서·가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배민의 퀵커머스 입점 매장은 4년 새 2200곳에서 2만4000곳으로 늘었다./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자료=롯데쇼핑, SSG닷컴, 배달의민족


"급히 필요한 물건이 있어 주문했는데 20분도 안 걸려 도착했어요. 같이 시킨 당근과 바나나 상태도 너무 좋네요."

배달의민족(배민) B마트를 이용한 한 소비자가 온라인에 남긴 후기다. '빨리빨리 배달'의 민족에게는 24시간도 길다. 하루 만에 받아보는 로켓배송을 넘어 주문 후 1~2시간이면 상품이 도착하는 퀵커머스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치킨과 피자에서 시작된 배달 서비스가 신선식품을 거쳐 가전과 도서, 운동화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변화가 두드러지는 곳은 배민의 장보기·쇼핑 서비스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중심이던 입점 업체에 삼성스토어와 프리스비, 쿠쿠 등 가전·전자제품 판매점과 영풍문고, 스와로브스키가 합류했다. 여기에 휠라와 시야쥬, 자주, 신발 유통업체 슈마커가 추가됐다. 매장에 가거나 택배로 주문하던 운동화와 의류를 가까운 입점 매장에 재고만 있으면 통상 1~2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다.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1회에 한해 무료 반품도 된다.

배민의 배송 방식은 서비스마다 다르다. B마트는 자체 물류거점에 상품을 쌓아두고 주문에 맞춰 내보내는 직매입형이다. 입점 업체의 주문은 오프라인 매장의 재고를 쓴다. 앱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 라이더가 가까운 매장에서 물건을 받아 전달한다. 대형 물류센터 없이 동네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삼는 구조다.

배민의 장보기·쇼핑 입점 매장은 2022년 약 2200곳에서 올해 9월 말 약 2만4000곳으로 10.9배 늘었다. 이 가운데 소상공인 매장은 약 3500곳이다. 지난해 주문 건수는 전년보다 70%, 매출은 84% 증가했다. 대형 유통 브랜드와 함께 동네 슈퍼마켓과 소형 매장이 온라인 주문을 받게 되면서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품목과 매장이 늘었다.



SSG닷컴은 이마트 점포를 앞세웠다. 지난해 9월 이마트 19개 점포에서 시작한 '바로퀵'은 1년 만에 배송 거점이 전국 90곳으로 늘었다. 바로퀵은 이마트 점포 인근 고객에게 상품을 1시간 안팎에 배송한다. 취급 상품은 론칭 1년 만에 6000여종에서 1만8000여종으로 3배가 됐다. 올해 8월 하루 평균 주문 건수는 지난해 9~11월 평균의 약 7배, 주문 고객은 서비스 첫 달의 약 5배다. 8월 이용 고객의 51%는 최근 6개월 안에 다시 주문한 경험이 있었다.

소비자들은 속도와 편의, 할인 이벤트에 반응한다. 누리꾼들은 "음식점을 운영 중인데 밤에 재료가 떨어져 급할 때 주문하면 30분 만에 온다", "아기를 데리고 나가기 어려울 때 바로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쿠폰을 쓰면 마트보다 싼 경우가 있고 종량제봉투까지 살 수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역 격차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지인이 B마트를 추천해 줘서 이용하려 했는데 우리 동네는 안 된다", "3년이 지나도 우리 동네에는 B마트가 들어오지 않았다" 등이다. 즉시배송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배송 권역 확대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퀵커머스 업계의 품목 확대가 쿠팡 같은 기존 이커머스 사업자에게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급하게 필요한 인기 상품이나 반려동물용품 등은 배송 속도가 중요하다. 향후 AI 개인화 추천과 간편결제 기능까지 결합된다면 퀵커머스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