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우크라이나 관련한 추가 대응 방안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의 전향적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현지 위험 등을 고려해 공관원 일부를 철수하겠다고 밝혔다./뉴스1


정부가 20일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의 공관원 일부를 철수시키기로 했다. 박기창 대사가 소환 결정에 따라 지난 10일 귀국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측의 전향적 조치가 없다는 점과 현지 공습에 따른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공관원 보호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대사 소환에 이어 공관 인력까지 줄이는 조치가 양국 관계를 더 위축시키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종전 협상을 압박하고, 우크라이나는 한·러 경제협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외교적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불러올 파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갈등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우리 정부는 비공개 합의를 어긴 데 이어 합의 자체를 부인한 우크라이나 측에 사과를 요구해왔다. 송환 당사자와 가족의 안전이 걸린 사안인 만큼 국가 간 약속을 존중하라는 요구는 정당하다. 우크라이나도 한국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신뢰 회복을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항의가 정당하다고 대응 수위를 계속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목표는 합의 존중과 재발 방지에 있어야 한다. 공관원 일부 철수가 공관 폐쇄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추가 압박이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낼지, 상대의 입지를 좁혀 해결을 어렵게 할지 따져야 한다. 사과의 형식과 표현을 둘러싼 공방에 매몰돼 국익을 지킬 외교적 통로마저 닫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갈등 속에서도 이어가야 할 협력은 적지 않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가운데 추가 포로가 발생하거나 한국행 희망자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하려면 우크라이나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현지 국민 보호와 전황 파악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외교부는 대사대리를 중심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영사 업무 인력은 전원 잔류한다고 밝혔다. 인력 축소가 이런 기능의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후 재건 협력과 유럽 우방국들과의 공조를 위해서도 갈등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대화의 여지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우크라이나로부터 사과의 뜻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지만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윤지완 대사대리도 우크라이나 외교부가 긍정적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입장 차이에도 협의는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통로를 살려 양측이 수용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공개적인 압박보다 비공개 협의에 힘을 실을 때다.



외교는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필요한 변화를 끌어내고 협력할 공간을 남겨야 한다. 정부는 합의 존중과 당사자 보호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되 이를 확인받는 방식에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역시 모호한 해명으로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양국은 합의 이행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대사 복귀와 공관 운영 정상화의 조건도 협의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면서 관계를 복원할 외교적 출구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