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6 국민공공정책포럼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여야의 차기 대권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 시장이 무죄 또는 피선거권 박탈형 미만의 판결을 받아 사법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내면 보수 진영에서 이른바 '오세훈 대세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도 확장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오 시장이 대권 경쟁에 남을 경우 여당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측에 여론조사 10건을 의뢰하고 후원자인 김한정씨에게 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오 시장의 의뢰와 김씨의 비용 대납 사실을 인정해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 반면 오 시장 측은 명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통화 녹취록 등으로도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정치자금법상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고 5년간 공직 취임 및 임용이 금지되고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반대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거나 벌금이 100만원 미만으로 낮아지면 시장직 상실 위기에서 벗어난다. 다만 특검이 상고할 경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한다. 특검법의 이른바 '6·3·3 규정'에 따라 상고심도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선고해야 하는 만큼 내년 1월 전후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 시장이 무죄 판결로 사법리스크를 털어낼 경우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오 시장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대권주자로서 힘이 붙을 것"이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어려운 선거를 이기고 돌아오면서 힘을 받았는데 이번에 사법리스크까지 털고 나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1심을 뒤집고 무죄로 바뀌면 검찰에 탄압받았다는 서사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실제 오 시장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직후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선두에 올랐다. 오마이뉴스가 에스티아이(STI)에 의뢰해 지난 6월 9~10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오 시장은 16.4%로 조사 대상 8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3%,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15.0%,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7%로 뒤를 이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민주당의 후보군은 현재로서는 지지율이나 인기가 높지 않은 정치인들"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중도 노선에 부합하는 정체성을 가진 후보가 부상해야 하는데, 그게 누군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오 시장이 대권 경쟁에서 이탈하면 보수 진영에서는 한동훈 의원과 장동혁 대표 등 다른 주자들에게 시선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오 시장과 마찬가지로 중도층 공략을 내세워 온 한 의원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경우 가장 수혜를 입을 사람은 한 의원"이라며 "일부는 장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 쪽으로도 가긴 할 텐데 그래도 주로 한 의원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오 시장의 시장직 박탈형이 확정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강 전 비서실장의 출마 여부와 선거 결과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강 전 실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쌓은 국정 운영 경험에 수도 서울의 행정 경험까지 더해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넓힐 수 있다는 평가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강 전 비서실이 총리급 중량감을 갖게 된 만큼 서울시장이라는 큰 이벤트에 참여하면 (대권 주자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항소심 선고 결과가 차기 대선의 향방을 완전히 확정짓는 것은 아니라며 신중론을 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죄가 나와도 대선까지 한참 남아 있어 여러 곡절이 있을 것"이라며 "보수 전체로 보면 중도 소구력 있는 인물이 살아 돌아온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지만 유죄를 받으면 상당히 험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소장 역시 "2028년 총선 등 변수가 많아 대선을 지금 전망하는 건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