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브랜드 컨설팅회사인 인터브랜드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브랜드가치 1위는 루이뷔통, 샤넬은 3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샤넬의 경영기법만큼은 루이뷔통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다. 샤넬의 전략이 단연 돋보이는 것이 바로 ‘샤넬 N˚ 5’. 샤넬 향수 탄생의 일화만으로도 관심을 받아 왔지만 코코 샤넬이 상품에 쏟은 애정은 샤넬 N˚ 5를 단순한 제품을 넘어 하나의 인격체이자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시켰다. <샤넬 N˚ 5>에서 저자 틸라 마쩨오는 ‘코코 샤넬’이 아닌 샤넬 N˚ 5 즉, ‘향수’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왜 샤넬 N˚ 5가 90년 이상 대중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버림받은 아이, 쇼걸 등의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샤넬은 패션사업으로 유명 디자이너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녀는 1919년 애인과 결별한 후부터 향수 제조 공부에 몰두하여 ‘샤넬 N˚ 5’를 탄생시킨다. “여성들은 꽃이 아닙니다. 왜 그들에게서 꽃향기가 나야 하죠? … 여성에게서 여성의 향기가 나야지 꽃향기가 나면 안됩니다.”(코코 샤넬) 당시 귀족들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향기를 담기 위해 향수를 사용했는데 향이 오래 남지 않아 자주 뿌려야 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진하게 제조되었다. 코코 샤넬이 찾은 향은 ‘알데히드’라는 화학성분에서 나온 것인데 휘발성이 강해 향이 쉽게 퍼지고 오랫동안 은은한 향을 내도록 해주었다. 그녀는 샤넬 N˚ 5를 알데히드와 83가지의 천연 아로마향으로 제조하여 자연의 향보다는 인공미를 연출함으로써 향수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코코 샤넬은 여성에게 꽃의 향기로부터의 해방뿐 아니라 답답한 코르셋과 같은 전근대적인 의복으로부터 해방을 원했다. 당시 꽃향기만을 담았던 향수병 역시 화려한 꽃무늬들이 과도하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샤넬은 그녀의 디자인 철학을 샤넬 N˚ 5에 적용해 심플하면서도 럭셔리(Luxury)한 향수를 창조했고 이는 샤넬 N˚ 5를 시대의 아이콘으로 각인시켰다.
샤넬 N˚ 5가 발표되기 몇달 전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코코 샤넬은 자신의 테이블 주위로 멋쟁이 여성들이 지나갈 때마다 향수를 살짝 뿌리면서 고객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그녀의 예견대로 샤넬 N˚ 5가 눈부시도록 화려하고 무엇보다 아주 섹시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이를 더욱 부각시킬 계획을 세운다. 샤넬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전술을 사용하는 새로운 발상의 마케팅인 미스치프 마케팅을 적용했다.
그녀는 부띠끄로 찾아오는 손님에게도 샤넬 N˚ 5를 분무하였다. 손님들이 향수에 대해 물으면 조그만 향수가게에서 발견한 작은 기념품에 불과한 것이라며 판매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는 “진짜 한번 구해봐야 할까요? 잘하면 가능할지도 몰라요”라며 수줍게 말하였다. 계속되는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코코 샤넬은 고객들 스스로가 향수를 판매하기를 진정으로 원하도록 유도하고 그들의 입소문을 통해 제품을 알리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활용하였던 것이다.
1920년 샤넬 N˚ 5는 시대의 변화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꽃향기 대신 여인의 향기를 선사했다. 또한 화려한 치장을 벗어 버리고 단순함에서 오는 고급스러움으로 지금껏 사랑받고 있다. 샤넬 N˚ 5가 90년이 넘도록 밀려드는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고유의 향을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은 코코 샤넬, 그녀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과 상관없이 자신의 디자인을 사랑해 주듯이 샤넬 N˚ 5도 사랑 받기를 원했다. 즉 자신의 철학을 담아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고 꾸준한 관심과 애정으로 브랜드를 지켜온 그녀의 애정과 열정이 샤넬 N˚ 5를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든 것이다. 장사를 하기 위해서 좋은 물건을 만들고 파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샤넬이 그러했듯 사는 사람들 스스로가 물건이 팔리기를 간절히 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샤넬 N˚ 5는 30초에 한병씩 팔리고 있다.
틸라 마쩨오 지음 / 미래의 창 펴냄 /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