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부동산시장은 불확실성이 가득했다. 지난해 말 주택 청약자격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11·3 부동산대책 발표 여파로 분양시장이 침체된 데다 대통령 탄핵정국까지 겹치며 혼돈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뒤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은 다시 달아올랐다. 이에 정부는 6·19대책을 시작으로 8·2대책, 8·2추가대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주거복지로드맵, 임대등록 활성화방안까지 7개월 동안 부동산시장 규제와 서민주거안정화방안 등이 담긴 정책을 여섯차례나 쏟아냈다. 정부의 노력은 과연 시장에 어떤 여파를 몰고 왔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 부동산시장을 되짚어봤다.
◆불확실성 가득했던 상반기
지난해 발표된 11·3대책은 올 상반기 부동산시장에 침체기를 불러왔다. 11·3대책은 주택 청약자격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발표됐다. 11·3대책 발표 뒤 신규 청약통장 가입자수가 크게 줄었고 조기완판 행진을 벌이던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의 청약은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11·3대책 여파는 분양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존 아파트시장까지 휘감았다. 기존 아파트시장은 대출규제 강화와 입주물량 증가, 금리인상 우려 등이 한꺼번에 집중되며 거래량이 줄고 매매가는 하향세를 나타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만8000여건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말 월 평균 거래량(약 5만7000건) 대비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매매가 역시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부동산시장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다. 올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새로 들어설 정부가 시장규제에 나설지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출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5월 치러진 조기대선 전까지 분양물량을 서둘러 내놓거나 아예 뒤로 미루는 등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다.
◆규제의 서막, 효과는 글쎄
혼돈의 시간을 끝내고 5월 조기대선을 통해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부동산시장은 꿈틀댔다. 아파트값이 뛰고 거래량도 급증하며 시장이 요동쳤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급등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7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각각 1%가 넘게 뛰었다. 불안정한 국내 정세가 새 정부 출범으로 해소되면서 매수심리가 살아난 것이 이 같은 가격 상승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또 사업 추진이 빠른 일부 강남권 재건축단지에서 촉발된 강세가 전체 시장으로 확산돼 일반 아파트까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면 재건축시장이 위축돼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 원인으로 분석된다.
시장이 요동치자 정부는 규제 카드를 꺼냈다. 첫번째 카드는 문재인정부 출범 한달여 만에 발표된 6·19대책이다. 경기 광명시, 부산 기장군과 부산진구 등 3곳을 조정 대상지역으로 추가하고 서울 전역의 분양권 거래를 입주 전까지 금지하도록 한 내용을 담았다.
또 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하고 잔금대출에 DTI 규제를 신규 적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6·19대책이 발표되자 시장은 잠시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아파트값 상승폭이 확대되며 실패한 정책이라는 오명을 떠안았다.
◆'규제 폭탄' 이은 주거복지로드맵
6·19대책 약발이 안 먹히자 정부는 8·2대책, 8·2추가대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시장규제책을 연이어 쏟아냈다. 특히 6·19대책 발표 44일 만에 추가로 발표된 8·2대책에 이목이 쏠렸다. 사실상 6·19대책이 실패로 끝나서다.
따라서 8·2대책도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대책이 발표되자 모든 규제가 총망라된 강도 높은 규제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8·2대책에는 지난 2011년 강남 3구를 마지막으로 해제된 투기과열지구가 6년 만에 다시 부활하며 서울 전역이 규제 범위에 들었다.
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역 금융규제 강화 ▲청약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및 가점제 비율 상향 등의 내용이 담겨 전반적으로 고강도 규제로 평가 받았다. 한달 뒤에는 8·2대책의 후속조치인 9·5대책이 나왔고 10월에는 빚내서 집사지 말라는 기조를 담은 10·24가계부채종합대책까지 발표했다.
올해 부동산대책의 방점은 지난달 발표된 주거복지로드맵이 찍었다. 주거복지로드맵은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적 주택 100만호 공급 방침 등이 담겼다. 대상은 청년층부터 신혼부부, 고령층 등 세대별로 다양하다.
주거복지로드맵은 규제기조를 공급기조로 전환하며 서민주거안정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앞선 규제와 차별성을 지닌다. 또 세차례나 발표가 연기된 데다 잇따른 규제에도 부동산시장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발표된 점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방대한 내용만 늘어놨을 뿐 세부 실천방안이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문재인정부의 서민 주거안정화 정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앞으로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9호(2017년 12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