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올해는 유독 스포츠 빅 이벤트가 많은 한 해다. 당장 다음 달 초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개막하고 다가오는 11월에는 카타르 월드컵이 열린다. 그 사이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개최된다.
예전 같다면 대회 참가를 위해 몇 년을 노력한 선수들에게는 결실을 볼 기회가, 스포츠 팬들은 빅경기를 지켜볼 생각에 기대감을 키울 때지만 최근 들어 스포츠 이벤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썩 달갑지 않다.
비단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갈수록 떨어지는 평화와 인류애 등 인류 보편적 가치와 얽히고설킨 강대국들의 정치·외교적 이해관계, 보호받지 못하는 건설노동자들의 인권, 선수들의 건강 등 불거진 모든 이슈들을 살펴보면 '과연 올림픽과 월드컵은 왜 열려야 하는가'라는 강한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류 보편의 가치라는 올림픽 개최 위해 기본권 제한하는 역설
지난 18일 CNN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악화를 우려해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입장권을 일반 관중에게는 팔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입장권을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대상은 정치인 등 일부 특권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설명도 다르지 않다. IOC는 이번 동계올림픽 관중과 관련해 "올림픽위원회가 초청장을 보낸 사람들만 경기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를 들고 있으나 내면에는 어떤 식으로든 대회를 중단 없이 치러 중국의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높이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내포돼 있다. 중국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국민을 엄격 통제하고 있다. 베이징 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인접 도시와의 왕래를 차단하고 단 1명의 확진자만 발생하더라도 수천만명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전력난도 이번 올림픽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대회 기간 내내 맑은 하늘을 보여주기 위해 석탄 채굴과 사용을 비공식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들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라는 점이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이번 전력난으로 수천만 명이 추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평화와 인권, 축제라는 기본 이념을 가진 올림픽 개최를 위해 시민들의 기본권을 빼앗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에 옮겨붙은 미·중 패권전쟁…잇따른 외교적 보이콧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이 채 보름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주요 포커스는 경기로 향하지 않고 있다. 바로 중국의 인권탄압 이슈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6일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이 보이콧을 선언하자 호주와 영국, 덴마크 등이 차례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다만, 이번 외교적 보이콧은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탄압이라는 표면적 이유보다는 최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미중 패권전쟁의 연장선이라는 측면이 더 강하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림픽을 통해 대외적 위상을 높이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치열한 힘의 논리와 정치적 목적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쯤 되면 지역과 인종, 국가를 뛰어넘는 올림픽의 기본정신에 입각한 대회를 치르겠다는 것인지 강대국들의 힘 싸움을 보겠다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뒷짐만 지고 있는 IOC…올림픽은 결국 '돈 잔치'
IOC의 목적은 결국 돈이다. 무관중으로 치러진 도쿄 하계올림픽 당시에도 IOC는 손해를 보지 않았다. IOC의 수입은 중계권료와 스폰서십에서 들어온다. 이 과정에서 IOC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생산 비용은 개최국이 투자하고 계약에서도 IOC는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인데, 예를 들어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IOC가 가져간 수익만 약 2000억 원에 이른다. 규모가 큰 하계올림픽은 이보다 수익이 몇 배는 더 많다.
IOC가 2020년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6년 4년간 총수익이 57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같은 수익이 정확히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는 IOC의 폐쇄성에 기인한다. 이는 도쿄 하계올림픽이 1년 연기될 당시 어떠한 이유와 경로로, 또 어떤 방식을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알 수 없었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오히려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는 재빠르다. 미국 시청자들을 위해 경기 시간을 재멋대로 바꾸는 것은 물론, 한낮 뙤약볕에 선수들은 42.195㎞를 달린다. 선수들의 건강과 관람객의 상황은 중요하지 않다.
반면, IOC는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오히려 침묵한다.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환경과 노동, 철거민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지난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의 경우 빈민가 120개가 철거됐고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선 관련 부지 개발로 150만 명이 쫓겨났다. 그러나 이 같은 인권 문제를 조정했다는 IOC의 사례는 전무하다.
◇월드컵은 다를까…노동자의 피로 건설된 화려한 축구장
6751명. 외신으로부터 알려진 카타르 월드컵 건설 노동자의 사망자 수치다.
사실 카타르 월드컵은 애초부터 열리지 말았어야 할 대회였다. 시간을 지난 2010년으로 되돌려보면 카타르는 월드컵 유치를 위해 피파의 지도부들에게 막대한 뒷돈을 쏟아부었다는 의혹이 일었다.
한 번도 월드컵에 진출해보지 못한 나라가 그것도 여름에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최악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카타르는 미국과 호주, 대한민국, 일본 등을 제치고 개최국으로 선정된 자체가 난센스였다. 이후 뒷돈 거래는 일부 사실로 드러났고 당시 제프 블래터 피파 회장은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피파는 자구책을 내놨지만 오직 돈만을 목적으로 하는 속성은 버리지 못했다. 카타르 월드컵 건설 노동자들이 '카팔라'라는 노예 근로 계약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물론, 2017년 이후 피파는 강화된 인권 정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어떠한 제재도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국가대표 선수들은 A매치 시작에 앞서 'HUMAN RIGHTS'(인권)이라는 티셔츠를 입기도 했다.
물론, 스포츠 빅 이벤트들의 상업성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막대한 투자는 일자리를 만들고 또 여기서 난 수익은 스포츠 불모지에 기부돼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 다만, 인류 보편적 가치와 인권, 평화라는 기본 목적을 잃어버리고 누군가의 피로 만들어진 이벤트를 지구촌 축제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는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