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게재 순서
①돌아온 일상, 존폐 기로에 선 비대면 진료
②350만명 경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초석 다졌나
③비대면 진료 갑론을박, 결국은 밥그릇싸움?
①돌아온 일상, 존폐 기로에 선 비대면 진료
②350만명 경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초석 다졌나
③비대면 진료 갑론을박, 결국은 밥그릇싸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지 이목이 쏠린다. 현행 의료법은 전화와 화상으로 의사가 환자를 비대면 진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비대면 진료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2020년 2월부터 임시로 허용한 것이다.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원격의료는 그동안 의료계 안팎에서 치열한 논쟁거리였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면 제대로 된 의료 행위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의견과 환자들이 대형병원에 몰리게 되고 결국 의료민영화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2000년 초 의료인-의료인 간 원격협진이 처음 허용된 뒤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무위에 그쳤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했지만 결국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비대면 진료 2년… 제도화 급물살 타나
하지만 코로나19 2년여 동안 비대면 진료를 경험하면서 정치권, 산업계, 의료계에서 제도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서울 은평구을)·최혜영(비례대표) 의원은 동네 의원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비대면 진료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보건복지부와 지난 4월18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관련 업계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이뤄지면 이를 계기로 원격 진단·모니터링 등 원격의료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많은 걱정이 기우였음이 데이터로 증명됐다. 이미 모든 G7 국가에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비대면 진료가 정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시기상조… 법제도 검토가 우선”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는 평가지만 논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 진료가 의료행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제도화 전 안전과 효과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앞서 산업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며 비대면 진료의 당위성과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과 치열한 논의를 거쳐 허용 범위·부작용에 대한 대비책 마련 등 법적·제도적 문제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닥터나우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 혁신 간담회’에서도 초진(첫 진료)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업계와 재진부터 허용하자는 의료 당국의 입장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현재 G7 국가 모두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초·재진 모두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형우 복지부 보건의료정책 과장은 “진료는 의료행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더라도 대면 진료가 원칙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도 4월19일 성명을 통해 비대면 처방과 약 배송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비대면 진료 법률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약사회는 성명에서 “질병 치료와 상관 없는 증상까지 무제한적으로 처방을 허용해 의료 쇼핑을 부추기고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2021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용인시병)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처방이 허용된 이후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대면 처방 대비 최대 2.3배 높게 집계됐다. 2021년 1~4월 졸피뎀(향정신성의약품)과 마약류는 각각 2.3배,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 인원수 감소에도 처방량이 늘어나면서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일정 부분 확인된 셈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과 합동점검을 강화하고 의료용 마약류를 과다 처방한 의사와 약사에 서면 경고 조치했다.
의료단체들이 모여있는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도 비대면 진료 확대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해 성명을 통해 “비대면 진료로는 중환자를 돌볼 수 없고 감염병 환자를 치료할 수 없으며 응급·분만치료도 취약계층 의료공백도 해결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진료는 재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지 제대로 된 진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업계 “시대적 흐름… 의료인과 함께 성장”
업계에서는 이미 비대면 진료가 시대적 흐름임을 강조하며 제도화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이 확실하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2개국이 비대면 진료를 합법화했다”면서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비대면 진료의 중요성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기존 의료인과의 상생에 방점을 찍고 제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기존 의료 시장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나 약국과 함께하는 플랫폼”이라며 “닥터나우 제휴 업체는 80% 이상이 1차 의료기관(동네 병·의원)이고 비대면 진료의 80% 이상은 실제 1차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의료계와 산업계 간 갈등을 ‘밥그릇 싸움’으로 평가절하한다. 원격의료는 근본적으로 국민 건강과 편익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