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자체 감정평가를 축소하겠다는 한국감정평가협회와 금융당국 논의에서 시중은행들이 기존 관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기가 설치된 모습. /사진=뉴시스

4대 시중은행의 자체 감정평가 중단 논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은행권은 감정평가업계가 요구한 감정평가 축소에 합의하지 않고 사실상 기존 관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지난 9일 4대 시중은행과 자체 감정평가 중단에 대해 지속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협회는 금융회사의 자체 감정평가가 금융 건전성을 훼손하고 금융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지난해 9월부터 시위를 이어왔다. 국토교통부도 은행의 자체 감정평가 행위는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 위반 행위라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관계·유관기관과 공동 개선방안을 지난해 말까지 마련하겠다는 문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협회는 지난 1월에도 4대 시중은행의 결정을 요구했다.

협회에 따르면 금융권의 입장을 고려해 감정평가사 고용을 통한 자체평가 중단 시행 기한을 6개월에서 최장 3년까지 제안했다. 감정평가서 품질 관리를 위한 세부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4대 시중은행은 고용 감정평가사를 통한 담보가치 산정 비중을 2030년 이후에도 현재 대비 최대 5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협회는 이에 대해 금융위와의 합의 원칙에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4대 시중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정보 교환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해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보평가를 둘러싼 관행이 경쟁 제한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이 담보가치를 임의로 낮출 경우 차주의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 고금리 신용대출로 내몰릴 수 있고 담보가치를 과대 산정하면 정부의 LTV 정책을 무력화해 금융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게 협회의 시각이다.

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금융권의 자체평가를 통한 LTV 임의 적용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금융권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금융위가 위법 행위를 방치한 부작위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