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압구정 재건축 사업 가운데 5구역만 경쟁입찰이 성사될 전망이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양자 대결이 유력하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사진=뉴스1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압구정 일대가 예상보다 차분한 수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구역에서 대형 건설업체들이 강력한 경쟁자를 의식해 참여를 주저하면서 단독 입찰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압구정5구역에서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시공권 다툼에 뛰어들며 유일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재건축 사업 가운데 5구역에서만 수주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2차 아파트를 지하 5층~최고 68층, 8개 동, 1401가구로 재건축하는 압구정5구역은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경쟁 입찰이 예상된다. 입찰 마감은 다음달 10일이다.


같은 시기 시공사 선정을 추진 중인 압구정3·4구역은 각각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단독 입찰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압구정 재건축 사업에서 5구역이 유일한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합 입장에서는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 유리하다. 재건축 사업에서는 수의계약보다 경쟁 입찰이 공사비와 계약 조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5구역의 총 공사비는 약 1조5404억원으로 3.3㎡당 1240만원이다. 전체 공사비 규모는 다른 압구정 재건축보다 작지만 3.3㎡ 기준으로 인접한 2구역(1150만원)과 3구역(약 1120만원)보다 높다. 업계는 공사비 기준도 수주 경쟁의 요인으로 보고 있다. 당초 GS건설도 포함한 3파전이 거론됐지만 GS건설이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재개발 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현대와 DL의 대결로 좁혀졌다.

주요 구역 단독 입찰 유력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압구정 일대가 예상보다 차분한 수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사진=뉴시스

압구정2구역은 현대건설의 수의계약이 확정됐다. 1982년 준공된 신현대아파트(9·11·12차)를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지하 5층~지상 65층, 14개 동, 총 2571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이 조성된다. 총 공사비는 2조7489억원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은 경쟁 입찰이 원칙이며 2회 이상 유찰 시 수의계약으로 전환 가능하다.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 재건축 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현대아파트 1~7차와 10·13·14차 등을 재건축해 지하 5층~지상 65층, 30개 동, 5175가구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약 5조5610억원이다. 압구정4구역은 현대8차와 한양3·4·6차를 재건축해 지하 5층~최고 67층, 1641가구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약 2조1154억원(3.3㎡당 1250만원)이다.


압구정 주요 재건축은 시공능력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나눠 맡는 구도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압구정3구역 입찰을 포기했고 현대건설도 압구정4구역 불참 방침을 정하면서 각각 단독 입찰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압구정 재건축이 수익성과 사업 규모에 비해 경쟁 입찰이 활발하지 않은 배경으로 출혈 경쟁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꼽는다. 주요 구역에서 삼성과 현대 '빅2'가 강력 후보로 떠오르며 입찰을 포기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압구정이나 성수, 여의도 등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브랜드 상위 대형사가 오래전부터 공 들여온 곳"이라며 "추가 인력이나 홍보 비용을 투입하기보다 다른 사업지로 눈을 돌린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 현대를 상대로 입찰 경쟁을 하는 것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시공능력 5위권 빅5도 사업지를 빼앗기는 사례마저 나오고 업계 간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