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또 다시 필리버스터 정국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법안 강행 처리 시도에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으로 맞서면서다. 그러나 24시간 뒤 필리버스터가 종결되고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청은 오는 10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국회는 1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본회의를 열고 공소청 설치법안을 상정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공소청 설치법안에는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검찰의 지휘·감독권을 폐지하고 검사의 직무 권한을 법률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소청의 장 명칭은 '검찰총장'으로 유지하며 임기는 2년으로 중임할 수 없다. 또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탄핵 절차 없이도 징계를 통한 검사 파면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김용민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시병)은 이날 제안설명에서 "오늘 검찰청이 폐지됩니다"라며 "78년간 국민을 위해 빛낸 적 없는 검찰, 정치검찰을 오늘 폐지한다. 검찰을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공소청·중수청 설치법안에 대해 "권력 집중과 형사사법 붕괴를 초래할 누더기 법안",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막고 유리한 수사는 장악하겠다는 방탄 입법"이라고 반발해 왔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 이후인 오는 20일 오후 3시쯤 토론을 강제 종결한 뒤 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시작 24시간 이후 재적 의원 5분의3 이상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어 중수청 설치법안도 상정해 오는 21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중수청 법안은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출범하는 중수청의 조직과 직무 범위, 인사 등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
다만 환율안정 3법은 이번 본회의 상정이 불발됐다. 환율안정 3법은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환율 급등에 대응해 해외 주식 자금을 국내로 유입하도록 유도하는 법안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전날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공소청·중수청 법안 상정을 둘러싼 충돌로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민주당은 환율안정 3법을 오는 31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환율안정 3법은 국익과 관련된 사안이지만 국민의힘이 계속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이번에는 처리하기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시급한 법안이 정쟁에 묶이지 않도록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 검토와 함께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상임위원회에는 패스트트랙(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 지정)이 필요한 법안을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우선 민주당은 당초 이날 본회의에 상정 예정이었던 윤석열 정부 검찰의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본회의에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국정조사는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조작 기소 의혹 규명을 목표로 한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참여)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전체회의를 열고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오는 20일 또는 21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특위 참여에 찬반 의견이 모두 나와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국정조사가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조작 프레임을 씌워 검사를 공격하고 공소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기업 산업단지를 포함한 재생에너지 자립단지 구축을 위해 45개 법률상의 인허가를 일괄 처리하는 재생에너지자립단지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RE100 산단 지원 특별법)도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상정할 계획이다. 김 원내대변인은 "RE100 산단 지원 특별법 역시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일정 변경은 국회법 제77조에 따라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협의해 필요성을 인정하거나 의원 20명 이상이 연서한 동의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의사일정 순서를 바꾸거나 새 안건을 추가할 수 있다. 단 의원이 동의안을 낼 때는 반드시 이유서를 첨부해야 하며 의사진행 지연을 막기 위해 본회의에서는 별도의 찬반 토론 없이 즉각 표결에 부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