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 구형모 LX MDI 사장. / 사진=각 사

국내 주요 그룹이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생) 오너들의 입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분 승계로 경영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핵심 사업을 직접 이끌며 세대교체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1일자 임원인사를 통해 3세 경영체제를 한층 명확히 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위치에 오르면서 1983년생인 김 수석부회장 중심의 후계 구도가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김 수석부회장은 방산과 조선, 우주항공, 에너지 등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한화솔루션 등을 중심으로 그룹의 미래 성장축을 직접 키워왔으며 미국 시장 확대 전략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에 약 5억원을 투자해 대내외에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줬다.

형제간 역할 분담도 뚜렷하다. 이번 인사에서 함께 승진한 차남 김동원 부회장은 금융부문, 삼남 김동선 사장은 유통·서비스와 테크를 맡으며 3세간 사업 책임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했다. 이를 통해 '장남 중심 승계, 형제별 전문경영' 체제의 틀을 갖췄다.

현재 김 수석부회장은 ㈜한화 지분 10.38%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12.04%의 지분에 대한 추가 증여가 이뤄지면 한화 승계의 퍼즐이 완성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HD현대도 1982년생인 정기선 회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근엔 부친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정 회장에게 HD현대 주식 280만주를 증여하기로 하면서 그룹 내 입지가 더욱 두터워졌다.

다음달 3일 증여가 완료되면 정 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기존 6.12%에서 9.67%로 높아지며 국민연금을 제치고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시장에서는 35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 부담에도 지분 증여 정공법을 택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승계 과정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책임경영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 대표를 맡아 조선·해양과 친환경 선박, 자율운항, 디지털 조선소 구축 등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조선·방산 협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LX그룹 역시 1987년생인 구형모 LX MDI 사장 체제 구축을 위한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이달 10일 보유 중인 지주사 LX홀딩스 주식 610만주를 장남인 구 사장에게 증여할 예정이다. 증여가 완료되면 구 사장의 지분율은 기존 11.92%에서 19.77%로 높아지며 단숨에 LX홀딩스 최대주주에 오른다.

이번 결정으로 LX의 후계 구도도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그룹 출범 이후 단계적으로 지분 승계를 진행해온 구 회장이 이번에는 장남에게 추가 지분을 집중 증여하면서 범LG가 4세 중심 경영체제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구 사장이 아직 핵심 사업을 직접 이끌며 시장에서 검증받은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앞으로 실적과 투자 성과를 통해 리더십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재계에서는 밀레니얼 오너들의 약진이 새로운 산업 환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확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첨단산업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젊은 감각을 앞세운 밀레니얼 오너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의 승계는 단순히 주식을 넘겨받거나 직함을 물려받는 절차를 넘어 미래 사업을 책임질 경영자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글로벌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젊은 오너를 전면에 배치해 새로운 도약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