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539.1원)보다 16.1원 오른 1555.2원에 출발했다. /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산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업계는 달러 매출 증가에 따른 환차익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항공업계는 유류비와 리스료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철강업계 역시 수출 경쟁력 개선 효과와 원재료 수입 부담이 맞물리면서 복합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16.1원 오른 달러당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시초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6일(1590원) 이후 가장 높다. 오전 10시17분 환율은 1549.6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는 자동차와 조선이 꼽힌다. 수출 비중이 높고 매출 상당 부분이 달러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만 지난해 138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판매에서 북미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환율이 오를수록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고수익 차종 판매 확대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실적 개선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상승이 무조건 호재만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현지 인건비와 부품 조달 비용도 달러로 지급된다. 환율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수입 부품 가격 상승과 협력사 납품단가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선업계는 환율 상승의 수혜가 더욱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 계약을 대부분 달러로 체결한다. 통상 선박 건조 기간이 2~3년에 달하는 만큼 계약 당시보다 환율이 높은 시점에 선박을 인도하면 원화 기준 매출과 이익이 증가한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3년 이상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이미 빈 도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일감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회사별 환 헷지 정책에 따라 고환율 수혜 규모에는 차이가 있다.

항공업계는 고환율에 따른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항공유 구매 비용 등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한다. 환율이 상승하면 영업비용이 곧바로 증가하는 구조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우려까지 겹치면서 비용 부담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상대적으로 재무 체력이 양호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는 상황이 다르다.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운임에 모두 반영하기 어려운 데다 해외여행 수요까지 둔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업계도 고환율이 부담이다. 철광석과 원료탄 등 핵심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가 부담이 커진다. 최근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와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수요 부진을 겪고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효과가 일부 나타나더라도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을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수출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1400원 수준에서는 수출기업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크지만 1500원 후반대는 글로벌 경기 불안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 해상 물동량 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자동차와 조선 등 수출기업 역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