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인공지능(AI)과 보안 역량을 갖춘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망분리 규제를 전면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0일 금융보안원이 개최한 금융회사 CEO 초청 '정보보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번 행사는 AI 기반 사이버 위협이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권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금융 보안 현안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위원장은 "기존처럼 물리적으로 제한하고 사후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AI 공격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며 "AI 공격은 AI로 방어하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AI 활용 확대에 맞춰 금융권의 망분리 규제도 단계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금융회사는 2013년 전산망 마비 사고 이후 내부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망분리 규제를 적용받는다. 그러나 AI가 금융기관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 금융회사도 AI를 활용한 보안 역량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 위원장은 "지난 6월부터 AI 보안 테스트를 위한 망분리 긴급 완화 조치를 시행 중"이라며 "향후 더 많은 금융회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한 AI·보안 역량을 갖춘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망분리 전면 해제 방안을 조속히 구체화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보안 사고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개선안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의 권한을 강화하고 소비자 공시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보보호와 금융 보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디지털금융 안전법' 제정도 준비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금융 보안 발전에 이바지한 기관과 개인에 금융위원장 표창도 수여됐다. 단체 부문에서는 삼성화재해상보험과 한국증권금융이 수상했다. 개인 부문에서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장은영 한국씨티은행 상무, 김대희 DB손해보험 본부장이 표창받았다.
시상식 이후에는 고학수 서울대 교수의 '금융 보안 거버넌스', 이상근 고려대 교수의 'AI 혁신과 보안'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