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여름은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계절이다. 자연과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강원 횡성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 좋은 곳이다. 시간이 빚어낸 고요 속에서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다 보면 평온함이 찾아온다. 한국관광공사가 세월의 묵직함으로 마음의 여백을 채울 수 있는 횡성 여행지 3곳을 소개했다.
병지방계곡(어답산유원지)
어답산 남쪽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횡성의 대표적인 청정 계곡으로, 울창한 숲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의 병사들이 머물렀다는 설화로 인해 '병지방'이라고 불린다. 투명한 계곡물과 웅장한 산세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지고, 산뜻한 숲 내음과 청량한 물소리가 가슴을 시원하게 틔워준다.
맑은 용천수와 자갈밭이 한데 얽힌 계곡은 다양한 수생 생물이 숨 쉬는 생태계의 보물창고다. 다슬기나 민물고기를 잡는 재미가 쏠쏠해 여름철이 되면 피서객들로 붐빈다. 횡성군은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안전관리 현장지휘소를 운영하고, 구명조끼도 무료로 대여해 준다.
계곡 바로 옆에는 공공 오토캠핑장이 있어 하룻밤 머물기에도 좋다. 자연 숲 그늘을 살린 캠핑 구역에서 정갈한 한 끼를 즐기다 보면 몸과 마음이 한결 느긋해진다. 청아한 물소리와 함께 고즈넉한 밤하늘을 바라보면 도심의 열기와 스트레스가 싹 달아난다.
풍수원성당
강원도 최초의 성당으로 신유박해 당시 탄압을 피해 숨어든 신자들이 정착한 한국 천주교 첫 교우촌에 세워졌다. 조선 말기 본당으로 승격되면서 프랑스인 신부가 파견됐고, 중부 내륙 지역에 천주교를 전파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맡았다.
주임신부와 신자들은 성당 건립 당시 산에서 나무를 베고 흙을 구워 벽돌을 만들면서 자력으로 성당을 쌓아 올렸다. 초창기 서양식 벽돌 성당 중 하나로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을 혼합해 지어졌다. 붉은색, 회색의 벽돌이 어우러진 모자이크 패턴에는 신자들의 깊은 정성과 신앙심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붉은 벽돌 건물과 고풍스러운 숲길을 따라 깊게 숨 쉬는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정갈한 돌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성당 건물과 중앙의 3단 종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을 향해 곧게 솟은 종탑은 신앙의 시간을 알리며 경건함을 더한다.
횡성향교
조선 태조 때 창건된 지방 관립 교육기관으로, 여러 차례 중수를 거치고 6·25전쟁 이후 재건되며 오늘날의 자태를 지켜왔다. 수백 년 된 은행나무와 고즈넉한 건물들 사이로 선비의 정취와 유학의 정갈한 멋이 감돈다.
마을 안길 끝, 골목 입구에 들어서면 홍살문과 하마비가 맞이한다. 붉은빛으로 악귀를 쫓는 홍살문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말에서 내리라'는 뜻의 하마비는 신성한 유교 성역임을 말해준다. 경사진 지형을 활용해 앞쪽 낮은 곳에는 공부하는 교육 공간을 두고, 뒤쪽 높은 곳에는 제향 공간을 배치하는 전형적인 향교의 건축 양식을 따랐다.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석과 흙을 쌓아 올린 토석담장은 향교를 감싸는 주위 풍경에 담백하게 녹아든다. 학문을 익히는 공간인 명륜당은 붉은 기둥과 초록색 띠살 창호, 정면에 단정하게 걸린 현판까지 선비의 곧은 기개를 드러낸다. 오늘날에도 주민들을 위한 유학·인성교육, 서예 교실을 열며 배움터의 온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