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에 도전한 김보미(왼쪽부터)·고민정·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초청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중 686세대인 김민석·정·송 후보가 본경선에 진출했다./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최근 2030세대의 지지율은 유독 저조하다. 한국갤럽이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4%를 기록했다. 하지만 20대(18~29세) 지지율은 20%, 30대 지지율은 29%에 그쳤다. 60대와 70대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각각 46%, 37%였다. 보수성향이 강한 노령층보다 젊은층이 민주당을 훨씬 덜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6·3 지방선거에서도 청년 표심은 민주당에 싸늘했다. 2030세대 지지 확보 실패는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을 실제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청년 의제'를 선거용 전술로만 소비해온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자신들의 노선을 지지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극우화, 보수화됐다"고 몰아세우는 행태 또한 민주당에 대한 냉소를 키웠다. 10~20년 전에는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시대착오적 행태로 젊은 유권자들의 조롱 대상이 됐다. 보수이든 진보이든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정당은 청년과 멀어지게 마련이며, 청년에게 외면받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


6·3 지방선거 결과에 화들짝 놀란 민주당은 일제히 '청년 세대와의 동행'을 외쳤다. 그러나 정작 당의 미래를 설계하는 8·17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난 실상은 이와 정반대였다. 당 대표에 도전한 30대 김보미 후보를 비롯해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20대 정민철, 30대 김형남 후보 등 신인들은 예비경선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조기에 탈락했다. 전당대회가 처음부터 계파 간 세 대결 구도로 흘러가면서, 조직력과 자금이 부족한 청년 후보들의 목소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청년들의 정치 진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당의 시스템은 도리어 장벽으로 작용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당초 추진하려 했던 청년 선출직 최고위원 제도는 당내 특정 계파의 반대로 무산됐다. 청년 신인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경선 기탁금 인상 조치는 여론의 거센 질타와 이재명 대통령의 재고 요청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철회되는 촌극을 빚었다. 청년을 포용하겠다는 구호와 달리, 실제 경선 룰의 설계에서는 이들의 현실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는 무감각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는 주류 정치인들에 대한 관대한 기준과 대비되며 공정성 논란으로 번졌다. 민주당은 송영길 의원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는 각각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 자격을 줬다. 당적 취득 기간과 당비 납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4년 전 26세인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당적 취득 기간 부족을 이유로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주류 기득권 인사에게는 예외 조항을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청년 신인에게는 엄격한 규칙을 들이대는 이중잣대는 청년 세대로 하여금 당의 시스템을 불신하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당에 청년의 피가 수혈되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성 정치의 타성에 젖지 않은 새로운 시각으로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다변화된 사회적 요구를 입법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현재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686(6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주류 세력 역시 과거 30대의 나이에 파격적으로 발탁되어 정치적 자산을 쌓고 성장해 온 수혜자들이다. 세대교체를 통해 주류가 된 선배 세대가 이제는 제도적 허들을 높여 후배 세대의 성장을 가로막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당의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다.

청년 정치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시혜성 이벤트나 일회성 인재 영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당규의 예외 규정을 공평하게 개정하고, 청년층의 경제적 장벽을 낮추는 기탁금 제도의 전면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청년과 정치 신인의 대표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AI(인공지능) 3대 강국을 향해야 할 나라에서 화염병과 짱돌을 들던 세대가 아직도 주축이어야 하느냐"는 한 청년 후보의 일갈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박창억 동행미디어 시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