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연이은 인사 논란과 국정 지지율 하락에 대해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까지 물러나면서 청와대 인사 검증을 향한 국민적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못했다"고 밝혔다. 중요한 건 사의를 수용하든 유임을 결정하든, 이번 일이 일회성 분위기 전환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인사·국정 시스템을 근본부터 손보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최근 인사 문제는 몇몇 후보자의 개인적 흠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김 후보자를 둘러싸고 신약 승인 청탁 의혹과 성비위·음주운전 등 각종 의혹이 뒤늦게 불거진 과정은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을 남긴다. 용 후보자의 의원직 겸직 논란 역시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법적 위험, 이해충돌 가능성, 업무 적합성은 인사청문회장에서 비로소 걸러낼 사안이 아니다. 사전 검증에서 확인했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은 언제나 옳다"며 인사시스템 재점검을 약속했고, 이날도 더 낮은 자세로 국정을 다듬겠다고 했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강 실장의 사의는 그 약속에 부응해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거취만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겨서는 곤란하다. 추천과 검증을 사실상 같은 라인이 주도하는 구조부터 점검해야 한다. 추천권자는 후보자의 장점과 필요성을 제시하되, 별도의 검증 라인은 결격 사유와 위험 요인을 독립적으로 가려내야 한다.
검증 방식도 더 촘촘해져야 한다. 후보자 본인의 진술과 제출 서류에 의존하지 말고 재산·병역·세금·전관·이해충돌은 물론 과거 직장 및 보좌진 관계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까지 교차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검증 누락이 반복될 때에는 누가 어느 단계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점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에도 후보자의 장점뿐 아니라 위험 요인과 보완 필요성이 빠짐없이 담겨야 한다.
인재풀도 넓혀야 한다. 특정 정치적 인연이나 익숙한 참모·측근 그룹에 의존하는 인사는 검증의 시야를 좁히고 국민의 의심을 키운다. 진영을 넘어 전문성과 공적 책임감을 갖춘 인재를 폭넓게 찾고, 충분한 검증을 거쳐 등용해야 한다. 참신한 인재 발굴과 엄정한 검증은 서로 대립하는 과제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할 인사의 두 축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고 권력자의 심기만 살피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각종 정보와 인사의 관문 역할을 하는 이른바 '게이트키퍼'다.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심의 경고와 내부의 위험 신호를 대통령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판단에 다른 의견을 낼 용기, 측근의 이해와 정치적 편향을 걸러낼 독립성도 필수다. 대통령 곁의 참모일수록 충성보다 직언이, 낙관보다 경계가 필요하다.
강 실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청와대는 김용범 전 정책실장까지 포함해 3실장 중 2자리를 비워두게 된다. 연이은 인사 논란이 청와대 핵심 참모진의 공백으로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해결할 현안도 쌓인 상황에서 정책을 조율하고 대통령을 보좌할 축마저 오래 흔들려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인사 검증을 쇄신하되, 후임을 신속히 찾아 업무 공백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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