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이화여대 정외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에서 민생·개혁·통합을 국정의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민생은 국민의 더 나은 삶과 국가의 더 밝은 미래이고, 개혁은 그 삶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며, 통합은 더 많은 국민과 함께 지속 가능한 개혁을 추진하는 토대라고 했다. 서로 달라 보이는 세 과제가 "결국 하나의 길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세 단어 가운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민생은 국정의 목적이고 개혁은 그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이지만, 통합이 없다면 민생의 성과도 개혁의 제도도 오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합은 갈등을 덮거나 모두에게 같은 목소리를 요구하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동선을 지향하며 권력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공화적 실천이자 민주공화국의 토대다.

대통령은 개혁의 어려움을 '콘크리트와 모래알'에 비유했다. 변화로 이익을 잃는 쪽의 저항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지만, 혜택을 볼 사람들의 지지는 모래알처럼 흩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 6장에서 내린 진단과 겹친다. 옛 질서의 수혜자는 새 질서의 격렬한 적이 되지만, 새 질서에서 이익을 얻을 사람은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미온적인 지지자로 남는다. 마키아벨리의 질문은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힘을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그는 『로마사 논고』에서 도시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개인의 선이 아니라 공동선이라고 했다. 개혁을 추진하는 강력한 권한도 통치자나 특정 정파가 아니라 다수 시민의 자유와 더 나은 삶을 위해 사용될 때에만 정당하다.



공동선은 권력자가 일방적으로 선언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시민과 집단이 자신의 요구를 공적으로 제시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공동선에 대한 헌신은 권력의 독점이 아니라 나눔을 요구한다. 여기서 나눔은 정파끼리 공직을 배분하는 거래가 아니다. 어느 한 사람이나 세력도 국가를 마음대로 지배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분산하고, 반대 의견에도 결정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며, 권력과 함께 책임을 나누는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로마에서 발견한 통합도 갈등의 제거가 아니라 갈등의 제도화였다. 귀족과 평민의 대립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호민관을 통해 평민도 정치적 발언권을 얻었다. 로마의 자유는 어느 한쪽이 승리해서가 아니라 어느 쪽도 권력을 독점하지 못했기에 가능했다. 반면 피렌체에서는 승리한 파당이 패배한 세력을 공직에서 배제하고 국가의 자리를 전리품으로 삼았다. 피렌체가 실패한 것은 갈등이 많아서가 아니라 권력을 나누며 공동선을 추구할 제도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집권당과 정부가 특히 성찰해야 할 것은 인사 문제를 둘러싼 국민의 불만이다. 국민이 묻는 것은 개별 인사의 능력과 흠결만이 아니다. 인사의 기준이 공동선인지, 자기 진영에 지위와 권한을 배분하는 파당적 이해인지 의심하는 것이다. 전문성과 공적 책임보다 친소관계와 정치적 보상, 자기편 감싸기가 작동한다고 느끼는 순간 공직은 공동체를 위한 봉사가 아니라 승리한 세력의 전리품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설명 부족이나 정쟁의 결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왜 이 사람이어야 하는지, 같은 기준이 상대편과 자기편에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답해야 한다. 자기 진영의 인사라도 공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지명과 임명을 철회할 수 있어야 한다. 유능하고 책임 있는 인재를 등용해야 민생이 나아지고, 공정한 인사 원칙이 지켜져야 개혁이 신뢰를 얻으며,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납득해야 통합이 가능하다.



결국 민생·개혁·통합을 관통하는 마키아벨리의 질문은 하나다. 권력이 공동선을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권력을 독점하려 하는가, 기꺼이 나누려 하는가. 권력의 나눔 없는 통합은 불가능하고, 통합 없는 개혁은 파당적 승리로 끝난다. 모래알이 하나로 뭉치는 힘은 상대에 대한 분노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서로 다른 시민들이 국가의 주인으로서 권력과 책임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연대와 신뢰에서 나와야 한다. 통합은 민생과 개혁 뒤에 덧붙이는 장식이 아니라, 둘을 공동선으로 수렴하게 하는 중심 원리다. 진정한 통합은 권력의 집중이 아니라 나눔에서 시작되고,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토대가 된다.

김경희 이화여대 정외과 교수는 독일 베를린 홈볼트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키아벨리 및 르네상스 정치사상, 공화주의론, 국가론 등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서양정치사상 권위자다. 『공존의 정치: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새로운 이해』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