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매우 잘못된 수사방식"이라고 바판했던 이정현 수원고검장이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는 대검 차장검사에 임명됐다. 그는 23일 첫 출근길에 대통령 형사사건 공소취소 가능성을 묻는 질문을 받고 "법무부 진상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이 차장을 뚜렷한 여권 성향 검사로 평가하는 분위기다./사진=뉴스1


이정현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 겸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3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가능성에 대해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를 두고도 절제된 기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발언만으로 공소취소 방침을 예고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 수장의 첫 공개 발언인 데다 민감한 정치 현안과 맞물린 사안이어서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6월 검찰 인권침해와 권한 남용 조사를 위해 검찰미래위를 출범시켰다. 미래위 요청에 따라 설치된 진상조사단은 대장동·대북송금 등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8건을 포함해 모두 19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 차장의 언급이 원론적 답변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그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현 정부 요직을 거치며 친여 성향으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 4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대북송금 수사에 대해 "매우 잘못된 수사 방식"이라고 지적하며 사과했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 사흘 만에 원포인트 인사가 이뤄진 점도 검찰 안팎의 의구심을 키운다. 진상조사를 명분으로 공소취소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차장은 초대 공소청장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최근 대통령 기자회견과도 맞물려 있다. 이 대통령은 조작기소 특검법의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며 논란과 거리를 두는 듯 했다. 그러나 동시에 "저로서는 알고 있는 진상이 있다"며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낙마하기는 했지만 여당 '공소취소 모임' 대표를 지낸 김승원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며 공소취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소취소는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니다. 명백한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확인됐을 때 예외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특히 현직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이라면 더욱 엄정해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결론을 정해 놓은 듯한 인상을 주거나 정치권 요구에 따라 절차를 서두른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형사사법 제도의 신뢰는 크게 흔들린다.

민심의 시선도 냉정하다. 23일 공개된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공소취소 논란이 지목됐다. 범여권 내부에서도 특정인을 위한 제도나 절차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이 이를 단순한 정치 공세로 치부해선 안 될 이유다.



이정현 차장은 취임 일성으로 검찰은 "누구의 편도 아닌 국민의 편"이라고 했다. 지금 검찰에 필요한 자세도 바로 그것이다. 그가 추후 공소청을 지휘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진상조사는 사실과 법리에 따라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공소 유지 또는 취소 여부도 오직 증거와 절차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권력과 연결된 사건일수록 더 엄격한 절차와 절제가 법치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대통령과 여권 역시 그 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