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증가세에 백화점 3사가 웨딩 혜택을 강화하며 신혼부부를 장기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웨딩멤버스 고객들이 혼수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상반기 성장세를 누린 백화점들이 다음 동력으로 신혼부부를 점찍었다. 혼인 건수가 8년 만에 최대로 늘자 결혼을 계기로 고액 소비에 나서는 신혼부부를 '큰손'으로 보고 웨딩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혜택의 범위도 예식 준비를 넘어 신혼 생활로 확대하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7월 혼인 건수는 14만6656건으로 같은 기간 기준 2018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았다. 백화점 핵심 상권인 서울의 혼인 증가율은 12.4%로, 전국 평균 6.1%의 두 배였다.



지갑은 두툼하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24년 기준 초혼 신혼부부의 연평균 소득은 7629만원으로 전년보다 5.0% 늘었다. 맞벌이 비중은 59.7%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안에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주택을 제외한 결혼 비용은 평균 5912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혼수에만 1445만원을 썼다. 예물과 가전·가구처럼 단가가 높은 백화점 주력 상품이 한꺼번에 팔리는 시기다.

백화점이 새 큰손 유치에 나선 이유는 우수고객(VIP) 매출 구조에 있다. 지난해 3사의 VIP 매출 비중은 46~47%로 절반에 육박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올해 상반기 500만원 이상 구매 고객 비중이 53.8%까지 올랐다. 기존 VIP 고객에게 기대는 비중이 커진 만큼 새로운 우수고객층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웨딩 강화 전략은 올 상반기부터 본격화했다. 현대백화점은 올 4월 웨딩 멤버십 '클럽웨딩'을 개편했다. 혼수 중심이던 혜택을 예식장과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신혼여행 준비까지 결혼 과정 전반으로 넓혔다. 개편 뒤 5월 한 달간 회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7%, 관련 매출은 98% 늘었다. 결혼 성수기 구분이 옅어진 점을 반영해 연 2회 열던 웨딩페어는 연 4회로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2~18일 가을 웨딩페어를 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웨딩멤버스 적립 조건을 완화했다. 기존 구매 일수와 브랜드 수 제한을 없애 구매 금액만 충족하면 상품권을 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맞벌이 부부와 지방 거주 고객 등 시간이 빠듯한 고객을 고려한 조치다. 혼수·예물을 나눠 사기보다 한 번에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난 점도 반영했다. 여행사 KKday·트래블로카, 웨딩플래너 블랑드봄으로 제휴처를 넓혀 신혼여행 수요까지 겨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9일 예비·신혼부부 전용 멤버십 '웨딩 바우 클럽'을 선보인다. 가입 고객에게 패션·잡화에 쓸 수 있는 세일리지 120만원을 제공하고 구매액에 따라 최대 100만원을 추가로 돌려준다. 가입 기간은 예식 1년 전부터 예식 후 6개월까지로 잡았다. 결혼 뒤에도 가전·가구와 신혼집 인테리어, 생활용품 구매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면세점·신세계까사 등 계열사까지 참여해 결혼 준비부터 허니문, 신혼집으로 이어지는 수요를 공략한다.

백화점 3사의 웨딩 경쟁은 혼수에 그치지 않고 다음 시기로 확장하고 있다. 결혼 준비 때 유입된 고객을 신혼 생활까지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웨딩마일리지가 끝나면 '신혼마일리지'로 자동 전환해 결혼 이후에도 고객 관계를 이어간다. 실제 구매 품목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웨딩마일리지 기간에는 가전·가구와 명품 구매 비중이 높다. 신혼마일리지 기간에는 명품 구매와 함께 일상생활에 필요한 패션·잡화 구매가 늘어난다. 혼수를 사러 온 고객의 소비가 결혼 뒤 일상 쇼핑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신혼 고객은 곧 출산과 육아 고객으로 이어진다. 국가데이터처 잠정치 자료를 살펴보면 2025년 출생아 가운데 부모의 결혼생활 기간이 2년 미만인 비중은 36.1%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결혼 초기 출산 비중이 커진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일부 점포에서 아동 상품 구매액의 최대 8%를 돌려주는 키즈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결혼을 계기로 확보한 고객과 장기간 관계를 이어갈 여지가 그만큼 커진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결혼 이후에도 출산·육아, 가족 단위 쇼핑 등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