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스튜디오지니의 AI 제작 배경 장치인 '그리드월' 모습. /사진=KT 스튜디오지니


중국발 인공지능(AI) 숏폼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는 가운데 국내 제작사들은 배우의 실제 연기에 AI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섰다. AI로 제작비와 시간을 줄여 여력을 확보하고 완성도를 높여 저가 물량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중국 방송·영상 규제기관인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은 지난 17일 국무원 신문판공실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가 약 20조2000억원(1000억위안)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중국산 숏폼 드라마가 해외 숏폼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MPA)에 따르면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은 올해 약 22조원(160억달러)에서 2030년 약 35조원(26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광전총국이 밝힌 중국의 시장 점유율을 단순 적용하면 중국산 콘텐츠가 차지하는 몫은 약 17조원(128억달러)에서 2030년 약 28조원(208억달러)으로 커지는 셈이다.

이 같은 성장을 이끄는 동력은 AI다. 중국네트워크시청각협회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숏폼 드라마 창작 지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에서 공개된 숏폼 드라마 약 12만8000편 가운데 AI 숏폼 드라마는 약 12만2000편으로 95% 이상을 차지했고 국내 유통망으로도 들어왔다.

이에 국내 제작사들은 '실사+AI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맞불을 놨다. 배우의 연기는 실제로 촬영하고 배경·액션·컴퓨터그래픽(CG) 등 촬영만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AI로 채우는 방식이다. 전면 AI 생성 작품에서 흔히 지적되는 어색한 표정과 감정 표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이런 흐름에 적극적으로 지난해 'AI사업추진팀'을 신설하고 기획부터 제작, 품질 관리까지 AI를 적용하는 창작자 중심의 'AI 시네마 스튜디오' 체계를 구축했다. 작품별 AI 적용 방식을 설계하는 'AI 슈퍼바이저', 'AI 최적화 촬영 시스템', 'AI 제작 특화 플랫폼' 세 축으로 구성되며 작품마다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후속 작품에 다시 활용된다. 이 체계가 전면 적용된 작품이 연내 공개 예정인 무협 숏폼 드라마 '무신귀환록'이다. 제작진은 섭외된 배우의 얼굴로 AI 캐릭터 콘셉트를 먼저 만들었고 배우들은 그 콘셉트에 맞춰 실제 촬영을 준비했다.

같은 KT그룹의 KT ENA는 생성형 AI 제작, AI 영상 재현, AI 클로닝 등의 기술을 장르 특성에 맞춰 골라 쓰고 있다. 메디컬 다큐멘터리 '하지 못한 말'은 실사 인터뷰에 AI 재현 영상과 초상·음성 클로닝을 결합했다. 카메라로 직접 담기 어려운 환자의 기억과 내면, 의료 현장을 시각화해 전문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구상이다.

CJ ENM도 하이브리드 제작에 나섰다. 지난 4월 구글 클라우드 코리아와 협력해 선보인 60분 분량의 '아파트'(The House)는 배우의 연기는 실내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배경과 시각효과 대부분은 AI로 구현했다. 촬영 기간은 4일, 총제작비는 5억원에 불과하지만 제한된 공간에서 확보한 연기에 AI 기술을 더해 후반 작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국내 시청자의 경우 AI로 전체를 만든 작품에는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며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은 중국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지만 시청자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콘텐츠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중국 콘텐츠 수요가 늘고 있는지 제작사들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