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산업·주택 건설현장 공사비 증액 사례/표=신재민 편집위원


건설사들이 산업·주택 건설현장에서 계약금액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오른 데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고 설계가 바뀌면서 예상했던 원가와 실제 투입비용 사이의 간극이 커진 탓이다.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장은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협상이 사업의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18일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50개 건설사 중 22개사는 6조4977억원의 공사비를 올리는 계약금액 변경을 공시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상장 건설사 10개사의 공사비 증가분은 총 2조8881억원이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8일까지 상장 건설사 10곳이 공시한 변경계약은 12건으로 증액규모는 약 7144억원에 이른다. 수천억원씩 공사비를 올린 사례는 철도 인프라, 발전 플랜트 등 산업 현장에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지난 9일 GTX-C 민간투자시설사업의 계약금액을 1조2263억원에서 1조5433억원으로 올렸다. 삼성물산은 지난 18일 새울원자력 3·4호기 주설비공사의 계약금액을 기존 1조2960억원에서 1조3331억원으로 늘렸다. 올해 10월31일에서 2027년 8월31일로 계약기간을 연장하면서 '기간 변경'을 공사비 증액 사유로 밝혔다.

건설사의 공사비 인상 결정은 정비시장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장위10구역·흑석11구역·수표구역·가야1구역·산성구역 등 5개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를 총 1조1194억원 증액했다. GS건설은 대전 도마변동3구역과 목동 복합시설에서 각각 약 419억원과 390억원의 계약금액을 높였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천안 성황원성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의 공사비를 기존 3382억원에서 4629억원으로 1247억원 증액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시멘트·철근·골재 등 건설업 핵심 자재비가 폭등했다"며 "고환율에 수입 자재 원가 부담이 커져 반포·여의도·압구정 등 한강변 핵심 정비사업지에선 공사비가 평당 1000만원까지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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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분양가 1년새 6287만원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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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공사비 급등은 분양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표한 '최근 1년간 서울에서 신규 분양된 민간아파트 1㎡당 평균 분양가'는 8월 말 기준 1901만80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34.2% 상승했다. 3.3㎡당으로 환산하면 1년 새 약 6287만원 오른 셈이다.
올해 상장 건설사 10개사가 총 2조8881억원의 공사비를 증액하면서 '가격 인상 도미노'가 현실화됐다. 사진은 서울 레미콘 공장에서 믹서트럭이 이동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은 계약부터 착공, 준공까지 오랜시간이 걸리는 만큼 계약 단계에서 가격변동 위험을 처리하는 방식을 정하는 등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국은 토목공학회(ICE)가 개발한 건설 표준계약인 NEC4(New Engineering Contract 4th Edition)를 통해 물가 변동에 따른 비용 위험을 계약의 선택조항에 반영한다. 사전에 정한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계약가격을 조정하고 실제 비용이 목표치를 벗어날 경우 발주자와 시공자가 일정 부분 위험과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공사기간이 길어진 건설 현장의 노동비와 자재비 등 건설 원가 변동을 반영해 지급액을 조정하는 방식도 있다. 캐나다 정부는 장기간 가격을 고정하기 어려운 계약에 경제적 가격조정(Economic Price Adjustment) 조항을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 원자재와 노동비 등이 계약 당시와 달라졌을 때 사전에 정한 기준에 따라 계약가격을 조정한다.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증액과 산정 방식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2024년부터 SH공사를 통한 공사비 검증을 시행하고 있다. 조합이 요청하면 SH공사는 시공사가 제시한 공사비가 적정한지 계약서와 설계도서, 물량·단가 등을 검토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설사와 조합이 공사비 인상을 두고 협상이 길어지면 착공과 분양 일정이 미뤄져 금융비용이 불어난다"며 "공사비가 얼마나 올랐는지 매번 협상하기보다 계약을 맺을 때 어떤 지표와 기준으로 가격을 조정할지 정하는 등 계약·검증·조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